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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람 Feb 15. 2017

4. 롱디 연애

큰일이야, 롱디가 시작됐어.

글로벌 시대! 갑자기 커플에게 주어지는 '롱디'라는 관문 앞에서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시 떨어져 있어야한다는 걸 피할 수 없다면 한번 어떤 것인지 파헤쳐보자! 그래서 오늘은 롱디 커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들을 준비했어.


'롱디’는 롱 디스턴스(Long-distance)의 줄임말로 장거리 연애를 뜻해. 예전에는 장거리 연애가 많지 않아서 다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웬걸. 어학연수, 교환학생, 출장, 해외 출장, 지방 발령,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롱디를 겪는 사람이 늘고 있어. 군대 때문에 장기간 떨어진 것과는 또 체감 온도가 180도 달라. 남친이 남자들만 득실 하는 곳에 간 게 아니라, 한적하고 여러 사람들이 많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곳, 즉 예측 불가한 곳에 얼마간 떨어져 있게 되거든. 눈에서 멀어져 마음도 멀어질까 불안하고, 상대의 연락이 뜸하면 갑자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게 돼. 아침에 마치 생이별당한 사람처럼 눈물이 퐁퐁 나기도 해.  


처음에 롱디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데, 롱디에 대한 좋은 소리는 진짜 별로 없더라. 많은 사람들이 롱디로 힘들어하다가 헤어졌다는 것이야. 롱디를 한번 겪어보고 헤어졌던 분들은 배신감, 상실감, 원망이 어마어마하더라고. 이건 잠수 이별보다 무슨 공중분해되어버린 것 같대. 슬픔의 몫은 오로지 자신이 감내할 부분이었대. 특히 인터넷 상에서는 롱디에 대한 좋은 댓글이 별로 없더라. 그렇다고, 롱디라는 미션이 커플 앞에 떨어졌을 때, 슬픈 결말만을 그릴 순 없잖아? 그래서 서울 망원동 거주 2~30대 롱디 커플 중인 사람들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했어. 30여 명으로부터 정말 값진 간증들을 들을 수 있었어. 롱디를 주제로 차람 상담소(차람 타로)를 찾는 언니, 동생들을 좀 있거든. 그들을 위해 몇 가지 정리해보려고 해.  



1 롱디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 시차

- 연락 문제

- 교통비, 전화비 등의 비용

- 불안감

- 스킨십

- 옆에 있어줄 수 없을 때



2. 롱디 중 좋았던 점도 있었나요?

- 소중함을 깨달음

- 데이트 비용 절약

- 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됨

- 설렘과 애틋함이 커짐

- 자기관리, 시간관리 가능

-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됨


3. 롱디 중인 커플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 서로의 하루하루를 공유하세요.

- 너무 힘들면 더 맛이 가기 전에 헤어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 본인에게 성실할 때 건강한 연애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자기야, 벌써 5 년째 1 달에 1번 만나는 일에 고생해줘서 고맙다!

- 나와 상대의 사랑이 잠시 쉬어가는, 점검할 수 있는 시간!

- 서로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해할 수 있는 커플이라면 고생 끝에 낙이옵니다~~ㅎㅎ

- 시작했다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세요.

- 무작정 기다림 보단 무언가 준비해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세요.

-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 흔히 몸이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 롱디의 끝은 결혼이었어요. 파이팅!

- 롱디 커플, 같이 힘냅시다!



이차람 그림


나도 롱디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졌어. 그래서 '롱디'라는 주제로 그림 전시 <생이별, 롱디> 전을 열기도 했어. 뭔가 몰입하고 집중하니 내 마음속 불안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새로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더라고. 남친과 나는 떨어져 있는 거 못해먹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혼으로 롱디의 끝을 장식하기로 했어. '롱디'라는 강력한 경험이 없었다면 나와 남친이 결혼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을지 의문이 들기도 해. 둘 다 비혼주의자였거든 -.-; 롱디는 분명 힘든 것이고, 영화처럼 낭만 따위 없어. 하지만 누군가는 롱디의 다른 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봤어. 연애가 끝나고 또 다른 사랑이 오듯이 .. 과거에 롱디를 한번 실패했다고 다른 롱디도 미리 걱정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티켓팅은 되었고, 이미 이사 날짜가 잡혔다면 우리 주어진 하루하루 사랑하기도 참 모자라다는 것 알잖아.   


* <망원동 좋아요> 의 앙케이트 응답자 32분 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차람상담소(차람타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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