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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역할

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by 이차람

외제차를 바꾸었다는 친구의 이야기, 중고차지만 벤츠라서 좋다고 했다.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더니 외제차를 샀다는 어떤 사장의 이야기,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유지를 위해 매일 운동하는 친구, 돈보다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하는 지인, 맛있는 걸 먹었다는 이야기 등 모두 내 인스타그램 지인들의 이야기다.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이 있다. 누구는 돈이고 누구는 먹방이고 외모 자랑이다. 그럴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그림자랑인데 어디 올릴 때가 없어서 이런 플랫폼이 있어서 좋게 사용한다. 어제는 아무리 내가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하여도, 분명 순수한 마음보다 자랑이 들어갔겠다 싶었다. 나는 무슨 자랑을 올렸었나 생각해보니 나는 누구보다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시간 자랑'이었다.


그림도, 시간이 있어야 그리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린다고 밥이 되고 돈이 되고 다이어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일러스트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시간을 보낸 것, 나의 영역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인스타그램을 쓴다.


아래는 글과 크게 관련 있는 그림은 아니지만 그저께 20년 넘은 크레파스를 버리려다가, 아직 남은 부분들이 아까워서 스케치북에 쓱쓱 그려봤는데, 마른 크레파스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서 뭔가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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