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어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나의 일상은 안녕한 척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다. 나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너를 듣는 것에 익숙해서 느닷없이 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기회를 놓치고 나니 나는 계속 평안한 척 연기를 해야 했고, 힘들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도 웃으며 계속 걸어가야만 했다. 원래 거짓말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나를 말하지 않게 되니 두 개, 세 개, 열 개의 거짓말이 생겨났고, 무엇이 진실인지 종내는 나마저도 헷갈리게 되었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어떻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냐는 비난의 말이 두려워 더 이상 혼자 담고 있기 벅찬 상황에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비밀을 만든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거리를 만드는 것이고, 나를 더욱 외롭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진실에서 너무 멀리 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