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영세 작가의 동력

최근 브런치스토리의 라이킷 30초 제한 기능에 대한 조용한 항의문

by 샤를마뉴

안녕하세요. 샤를마뉴입니다. 예기치 않은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는 늘 시리즈성 글로 얼굴을 보였고, 사담을 담은 글은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이 사람은 진지하게 시리즈성 글을 써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리즈성 글을 쓰는 도중에 잡다한 글을 쓰면 뒤섞이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싫어서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 개의 시리즈를 완결했고, 야심차게 처음으로 한 개의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두 개의 시리즈는 연재를 하지 않고, '역사 그리고 역사교육'이라는, 브런치스토리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그렇게 주목받지 않는 주제로,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글을 써왔습니다. 처음에 글을 쓸 적에는 '얼마나 읽고 반응해주겠어?'라는 회의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 회의감 속에서 글을 써왔는데, 예상과 달리 꾸준히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었고, 라이킷으로 소소한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을 쓰고, 반응을 받는 이 연결고리가 지속되면서 본래 열 편 남짓의 글을 쓰고자 했던 계획은 어느새 서른 편에 이르는 글 묶음을 펴내는 일로 발전되었습니다.

저는 영세 작가입니다. 구독자도 열 명 겨우 넘으며, 이 구독자는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구독만 하고 글을 안 읽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간 써왔던 글들은 제 구독자 수를 상회하는, 어쩔 땐 2배가 넘는 라이킷을 받기도 했고, 조회수도 조금씩 올라갔습니다. 그때 느낀 게 있습니다. '아, 비록 나 그리고 나의 글들이 그렇게 세간의 관심을 끄는 글은 아니지만, 소수의 누군가는 읽는 '숨쉬는 글'이구나.'라고요.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할 적에도, '셀럽 작가가 될 거야!'라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단지 평소 품고 있던 생각을 글로 잘 풀어내어 아카이브로 남겨두는 걸 주요한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필자가 전공으로 삼는 역사, 그리고 관심을 갖는 역사교육이 현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거나, 공론화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후일을 도모한 것이죠. 그게 제 브런치스토리 활동의 전부입니다. 영세 작가의 소박한 꿈이죠.

그런데 영세 작가의 소박한 꿈이 좌절되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 브런치스토리는 일명 '잠수패치(게임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시스템 내부의 어떤 거를 바꾸는 일)'를 했습니다. 라이킷을 연달아 누르는 것을 제한한 것이죠. '30초'라는 제한 시간을 두고, 글을 읽으러 들어왔으면 그 시간만큼은 글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들어간 것입니다. 브런치스토리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이 변화는 어쩌면 옳습니다. 작가들이 기껏 시간을 투자해 글을 올렸는데, 독자들이 정성껏 읽어주지 않고 라이킷이라는 형식으로 '읽은 셈'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고, 독자는 라이킷을 주는데 정작 중요한 '읽기'라는 과정이 생략되었으니까요. 읽기라는 과정을 강조하고자 라이킷을 연달아 누르는 걸 제한한 건 좋습니다. 영세 작가가 라이킷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는 말이죠.


이 플랫폼에서 유명 작가들의 모습을 보면 놀랍습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라이킷이 줄줄이 달리고, 답글도 많이 달립니다. 그러니 노출 빈도와 영향력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당연히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들도 영세 작가의 시절이 있었고, 많은 난관에 부딪히면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면이 있긴 합니다. 제가 본 유명 작가들은 성실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로운 글을 업로드합니다. 현생으로 바쁜 와중에, 어떻게 글을 쓰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이전에 <새롭게 바라보는 역사교육 문제>와 <교육으로 가는 역사학 내비게이션>을 집필했을 때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마음같아선 연재를 걸어두고, 노출 빈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욕심으로 글에 투입하는 노력, 시간, 정성을 헛되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재를 걸어두지 않고 글을 썼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맛에 글쓰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 작가는 그렇게 끊임없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글쓰기라는 고뇌의 현장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정점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대단하죠.

영세 작가의 지위에 머무는 건 제 능력 부족일지도 모릅니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발판을 다져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독자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글을 정성스레 써서 올리면 잘 봐주겠지?'라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그러니 영세 작가의 지위에 머무는 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글의 주제도 역사 그리고 역사교육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대중성을 잡으려면, 다른 주제를 선택해야 됐겠죠. 하지만 인스타그램 방식의 먹을 거리 자랑, 해외 여행 자랑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진지하고 비주류적인 특성을 택했기 때문에, 영세 작가의 길을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특성의 사람입니다. '지금 당신이 쓰는 글은 그저 징징대는 글이야.'라고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왜 이 플랫폼을 선택했고, 고수했나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은, 제 생각에는 이 점 하나는 공통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질적인 글에 대한 반응이 여기서는 꽤 후하다'는 점입니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여기 말고도 많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라든지, 각종 SNS라든지 등등 말이죠. 하지만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 들어온 여러분은 압니다. 이 공간 이외의 글쓰기가 가능한 공간에서 글을 쓰는 건 '싼다'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브런치스토리에서 발행되는 글과 그냥 아무개가 아무렇게나 쓴 글의 가치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전자의 글은 '쓰는' 것이고, 후자의 글은 '싸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싸는 공간에서 '제대로 쓴 글의 가치'는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가 여러분은 이곳을 택한 거 아닌지요? 여기는 제대로 쓴 글의 가치를 그나마 잘 알아보는 플랫폼이니 말입니다.

무분별한 라이킷 남발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의 라이킷은 순기능이 더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브런치스토리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서 규모가 크거나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싸는 글이 일반화된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이 싫어서 조금 수준 있는 글을 보고픈 대안적 환경을 모색한 결과, 이곳을 알아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읽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품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품격 있는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라이킷은 작가에겐 영광이자, 새로운 글을 쓰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저도 글의 조회수가 잘 안 나오거나,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 라이킷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독자 반응을 봐서라도 글을 써야지!'라고 마음먹곤 했습니다. 읽지도 않고 라이킷부터 누르는 건 결례이지만, 그 결례를 개선한다고 영세 작가들의 동기를 확 꺾어버린 건 아닌지 운영팀에 묻고 싶습니다. 유명 작가에게는 라이킷이 줄어드는 건 약간의 손해라 치부할지 몰라도, 영세 작가에게는 그 라이킷이 전부이자 글을 쓰는 원동력입니다.


영세 작가의 글에는 댓글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어줬는가, 글에 공감해줬는가를 알 수 있는 수단이 라이킷뿐입니다. 댓글까지는 안 달아도, 조용하게 공감을 남기고 갔음을 알아주는 지표이기도 하죠. 뭐, 라이킷만 달고 글을 제대로 안 읽었다고 치죠. 그래도 라이킷 없이 사람들이 눈팅만 한 차가운 글보다는, 라이킷이라는 사람의 온기를 남겨준 따뜻한 글이 영세 작가의 입장에선 훨씬 좋습니다. 라이킷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차가운 글의 흔적만 쌓이면 공허한 싸움을 하느냐는 회의가 들기 쉽겠죠. 이런 현상에 대해 '불만 있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유명 작가가 되어라.'라는 핀잔은 적절한 대응이 아닙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세계에서는 글을 열심히만 쓴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작가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마음가짐을 가졌을 거란 보장 역시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나무를 심자는 목적으로, 조용히 생각을 축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영세 작가입니다.

라이킷을 아예 없애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와 읽기로 소통하는 체계에서는 '반응'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SNS, 글쓰기 기능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반응을 포기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걸로 압니다. 브런치스토리가 그 과감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만큼의,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이 있을지도 의문이군요. 그래서 라이킷을 아예 없애는 게 해법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허투루 읽지 않고, 그러면서 반응을 잘 남기는 방안의 마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단 '모든 사람들이 글을 허투루 읽지 않아야 한다.'라는 전제를 설정하는 것부터 틀렸습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글을 제대로 읽었는지 일일이 감시합니까? 자유가 없어지는 세상에서는 가능하겠지만요. 즉, '라이킷을 누르기까지 30초의 쿨타임을 줄게.'라는 조치는 인간에게 주어진 근본적 자유를 흔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SNS나 커뮤니티에서도 그런 조치를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그 조치 때문에, 유명 작가는 쌓아온 입지가 있으니 그런대로 판을 유지하겠지만, 영세 작가의 판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영세 작가는 글을 쓸 원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브런치스토리의 규모를 넓히지 못하고, 좁히는 결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영세 작가에게 '후한 반응'을 주는 인센티브가 사라진 셈입니다. 그 인센티브를 맛본, 필자와 같은 기존의 영세 작가는 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처럼 라이킷 누르기에 제한이 없는 방식으로 되돌리거나,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합니다.

영세 작가에게 글의 원동력이 다시 활발히 들어오는 날이 오기까지, 글을 쓰는 활동은 잠정적으로 중단하려 합니다. '독자와의 약속'을 하고 연재하는 <제3지대 역사교육 Note>도 후속 글의 발행을 잠시 멈추겠습니다. 제 글을 잘 지켜봐주던 독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 복잡한 심정을 부디 잘 헤아려주십사 합니다.


* 수정: 2025년 7월 9일 오후 2시 48분

라이킷 30초 제한 기능이 철회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글쓰기 활동을 재개하겠습니다. 삭제한 <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연재란을 복구하여 후속 글을 업로드하겠습니다. 해당 시리즈의 이전 글들은 발행취소한 뒤 연재란에 다시 삽입할 예정입니다.


* 수정 2: 2025년 7월 9일 오후 3시 36분

<제3지대 역사교육 Note> 연재란을 다시 만들었으나, 이미 발행된 글은 연재 브런치북에 넣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종전의 두 시리즈처럼, 글을 정기적으로 발행한 후에 한 번에 묶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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