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개관
책 정보
저자: 김민철(現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
제목: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출판사: 창비
발행 연도: 2023년
쪽수: 256쪽
가격: 17,10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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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해당 책을 세 번째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2023년 11월이었습니다. 당시 이 책은 따끈한 신작이었고, 굉장히 인상적인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 곧 있으면 뜨겠다.'라고 느꼈습니다.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2024년 1학기에 필자 대학 사학과 교수님이 <정치변혁의 세계사>라는 인문 교양 수업을 맡으셔서 수강했는데, 강의 계획서에 적어놓은 주교재가 이 책이었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학 전공 수업에서 쓰는 교재(읽을 거리)는 조금 시간의 때가 묻은 책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출간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책을 역사 관련 수업 교재로 썼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자, 책의 위력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대학 수업에서, 그간 읽은 책을 브런치스토리에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책과 구면이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아마 어려울 겁니다. 민주주의는 정치의 영역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실제 정치에 몸담는 사람에게 민주주의는 일종의 '직업 정신'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에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쓰는 공공재'입니다.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지만, 누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그런 상태인 거죠. 하지만 공공재 = 공짜가 아닙니다. 공공재가 존재하려면,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 분명한 근거(인식)와 재원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민주주의도 인류의 정치 이념으로 채택해야 하는 분명한 근거와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론이 있었기에 누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채택 근거와 방법론을 '역사의 측면'에서 알려줘, 민주주의를 이름만이 아니라 그 실체까지 명확히 이해시키는 길잡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히 민주주의에 대해 한 마디라도 더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민주주의는 본래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책의 부제목도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입니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가장 좋은 정치 체제'라고 여기지만,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혐오의 대상이 수용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혐오는 싫음을 넘어서는 매우 강력한 '부정적 감정'입니다. 그래서 혐오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면, 웬만해서 없어지기 힘듭니다. 이것을 제거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을 요하고, 제거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혐오만 제거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상태'를 '좋아하는 상태'로 바꿔내야 비로소 대전환이 완수됩니다. 민주주의는 근대까지 지식인(기득권)에게 혐오의 대상이었고, 프랑스 혁명기를 기점으로 혐오의 감정이 제거되고 수용을 위한 발판이 만들어집니다. 이어지는 세부 내용 소개에서는 그 과정을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민주주의에는 여러 별칭이 붙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밝힙니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합친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유를 강조하고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좌익 진영에서는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는 모두 같은 이념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서로 이질적인 단어가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에 결합되었을까요? 책에서는 민주주의의 언어적 의미와 용례 역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세부 내용 소개에서 짚어보며, 역사와 언어는 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