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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y 15. 2020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이유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번잡한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적막한 것도 싫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자 있고 싶다. 꼭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더라도 먼발치라도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들과 오래 소통하거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나는 혼자가 좋다. 혼자서 밥 먹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커피숍에서 앉아 멍하니 있는 것도 좋다. 외로움은 나에게 행복을 준다. 하지만 내가 행복을 느끼는 외로움은 나의 선택일 때로 국한된다. 만약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만날 사람이 없거나 소통할 사람이 없다면 극도의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행동하는 시간들 중 일부를 소비해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에 파묻혀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오롯이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 속에서 이기적이지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또는 두 달간 사는 곳을 떠나 홀로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잠시 떨어져 있지만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만날 수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책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를 읽으며 나의 이런 성향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을 묘사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그들은 자기 묘사가 다음의 세 가지 기본 집합체로 나눠진다.

1. 개인적 또는 일신상의 자아
2. 사회적 또는 상관적 자아
3. 집단적 자아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자주 상호 교류를 하는지와 같은 양적 수준은 외로움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외로움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질적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주관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했다.


나는 사회적 유대감의 유전적 기준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혼자 지내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회적 자아와 집단적 자아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내 모습과 조직에서의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내가 외로움에 강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사회적 유대감과 단절감은 우리의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의 몸 자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로움이 그 쇠락을 가속시킬 수 있다. 거꾸로 건강한 유대감은 그 쇠락을 완화할 수 있다. 일단 '사회적 웰빙의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이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 앤서니 스토는 저서 [고독의 위로]에서 혼자 있는 것의 즐거움을 탐구하고 때로는 혼자 있어 보라고 권한다.


나를 홀로 두어 외로움을 즐길 때 했던 일은 내 안에 어떤 존재의 얘기를 듣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거나 특정 과업에 집중할 때는 숨어 있던 존재가 혼자 있거나 특히 멍하니 걸을 때 슬그머니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다. 나에게 말을 건네는 이 존재가 뭔지는 모르지만 가끔 내게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해결할 단서를 건네거나 내 삶의 전환점에서 큰 조언을 해주곤 했다. 그것은 목소리보다는 느낌에 가까웠는데 그것과 만나고 나면 뭔가 초월을 했다거나 좋은 영감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함께 있고 싶고 만나지는 못해도 단체에 속해 그들의 얘기를 듣는 것이 좋다. 비록 눈으로 보지는 못해도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살아갈 내 지인들을 생각할 때 사회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생각하고 산책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훗날 다시 그들과 소통할 때 조금이라도 나은 내가 되어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유대감의 기준이 낮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혼자 있는 시간만큼 가족, 직장에서 관계를 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개인, 사회, 집단 세 가지 측면에서 균형 잡힌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외로움이 그토록 위력이 크다는 사실, 뒤집어 말해 사회적 유대감이 그토록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본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너무도 자주 간과되지만 우리 인간의 특징인 '반드시 서로 어울려 지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증거다. 우리 인간에게 사회성은 정체성의 근간이 된다. 외로움을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하나의 기회로 활용하면 우리는 인간이 짐승에 불과한지 아니면 '천사보다 약간 낮은 지위의 존재'인지를 두고 추상적으로 벌이는, 그래서 별로 유익하지 않는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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