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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y 17. 2020

멜론 급상승 2위, 1일 1 깡을 만들어 낸 비밀

feat. 운명의 과학

'깡'은 2017년 12월 1일 발매된 가수 ''의 미니앨범 'MY LIFE愛'의 타이틀 곡이며 일렉트로닉 트랩 비트의 곡이다. 발매 전 티저 영상이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았으나 앨범 발매 후 대중에게 외면을 받았결국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TOP 100 진입에 실패한다. 이후 지상파를 비롯한 매체로부터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고 가사에 나온 것과 같은 화려한 조명은 없었다.


이 노래 졸라 바쁨
머니 스웩도 뽐내야 하고
월드스타 스웩도 뽐내야 하고
무대 뒤 공허함을 가진 가수인데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노래함을 알려야 함
하나만 해 하나만 <유튜브 댓글>
깡 <구글 트렌드>


구글 트렌드로 '깡' 검색해보면 앨범 발매 시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2020년 3월부터 유의미한 그래프 상승을 보이다가 5월이 되면서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 결과 현재 멜론 차트 급상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깡'의 이런 사태는 앨범 역주행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깡'이라는 노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겨우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멜론 급상승 차트 (5월 17일 16시 기준)


'깡'이 이렇게 갑자기 차트를 역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앨범 발매 당시에 대중의 혹평을 받은 이 곡이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고 코로나 시대 '1일 1 깡'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 트렌드가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를 이제 알아보자. 레츠 기릿 (Let's Get It~~)




간단히 말하면 '깡'은 대중이 만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깡' 발매 후 대다수 사람들에게 잊혔지만 '깡'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조금씩 모으고 있었다. '깡'의 병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유튜브 댓글로 소통했고 자신들만의 성지를 구축했다. 댓글은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었고 그렇게 축적된 댓글이 다시금 유튜버들에게 확대 재생산되는 결과를 통해 '깡'의 죽어가던 불씨를 살릴 바람을 만들었다. 현재 문제의 뮤직비디오는 8백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댓글은 8만 건 이상이 축적되어 있다.

'깡' 뮤직 비디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깡'의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달 수 있게 된 이후 댓글을 달러 온 사람들과, 소식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댓글이 쌓이게 된다. 역주행이라거나 호평 따위는 아니며 폭망 한 노래를 놀리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깡'은 병맛 노래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댓글로 1일 1 깡이나 재치 있는 댓글들이 쌓이며 때로는 뉴스 글, 때로는 메모장으로, 사람들의 놀이터로 쓰이며, 입소문이 났고, 댓글 맛집이 되었다.


유튜브 뮤직 비디오는 댓글로 소통하는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취급 중이며 일반 사이트들처럼 유머글 혹은 뻘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예 이름도 생겼는데 댓글창은 깡뮤니티, 댓글 다는 사람들은 깡팸이라고 서로를 지칭하고 있다.


결국 2020년 이후로는 깡의 뮤비 자체가 밈화되면서 여러 패러디 영상이 등장했고, 몇몇 패러디 영상이 히트를 친데다 통계청 사건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깡'이라는 노래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통계청에서 보낸 깡 관련 문자


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를 이르는 말


인간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누군가가 인정하고 평가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한다. 그것은 내가 하려는 선택을 이미 한 사람들이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깡'의 성공은 그동안 축적된 유튜브 댓글의 커뮤니티화와 통계청 사건과 패러디 등 여러 복합적인 사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발생된 결과로 보인다. 이미 8백만 건 이상의 조회 수와 8만 건 이상의 댓글로 인해 사람들에게 익숙해졌고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주저함을 없애버렸다.


사람들은 초창기에 대중이 좋아한다고 생각한 곡은 무엇이든 수용하고 그 곡에 대한 선호를 확대 재생산했다. 해당 곡에 내재된 가치는 결과와는 거의 무관한 듯 보였다. '그만하면 괜찮은' 여러 가지 선택지가 놓이면 품질이 좋은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람들은 군중이 선호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린다. 일단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그 상품이 우월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게 아니게 된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


우선적 애착은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에서 지지하는 명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선택들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가 특정한 노래를 듣는다고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관심이 있든 없든 여러 사람이 부추기면 함께 그 곡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TV를 틀어도 1일 1 깡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카톡에서도 1일 1 깡이라는 글을 읽다 보면 '깡'이라는 노래가 들을만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매일 듣는 이 곡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1일 1 깡 <구글 트렌드>


뇌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미리 정해져 있는 능력과 반응의 꾸러미를 지니고 있다.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지휘하고, 이런 상호작용의 결과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에 의해 형성되는 새로운 신경로를 통해 변화한다. 당신이 매일매일 경험하는 하루는 모든 감각을 통해 뇌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막대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당신이 기존에 세상을 어떻게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했는지를 통해 처리된다. <운명의 과학>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자기가 예상한 것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되먹임 고리로 작용해서 미래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당신의 평가와 의견을 강화한다.


'깡'의 뮤직비디오의 댓글을 읽던 대중들은 댓글에서 읽은 가사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내용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깡'이라는 곡의 가사와 멜로디는 점차 익숙해지고 앨범이 발매될 당시의 혹평은 익숙함 앞에서 희미해지고 결국 사라진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은 본질적으로 개개인의 구성물이다. 심지어는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 안에서도 모든 사람이 무한히 많은 독특한 버전으로 지각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운명의 과학>


예술 작품이 되는 이유는 손으로 만들어서도, 심미적으로 보기 좋아서도 아니고 그 사물이 하나의 개념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보물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음악 평론가들이 혹평했고, 발매 초기 대중이 무시했던 '깡'이라는 곡은 코로나 시대에 인터넷 문화가 되고 있다. 자꾸 보면 예뻐 보인다. 자꾸 듣다 보면 좋아진다. '깡'도 계속 들으니 좋은 곡처럼 들린다. 오늘도 나는 1일 3깡하러 간다.


출처: 운명의 과학, 성공의 공식 포뮬러

#운명의과학 #깡 #1일3깡 #1일1깡 #깡끄러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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