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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y 25. 2020

아이가 울면서 하는 말 "삼겹살이 먹고 싶어요."

얼마 전 아이는 편도 절제술을 받아서 일반식을 먹지 못한다. 알맹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간 미음을 일주일 간 먹고 그 후에도 식은 죽을 먹어야 한다. 수술 전 먹는 것을 좋아해서 볼에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던 아이는 수술 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조금 빠져 예뻐졌다. 먹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코로나 19로 집에만 있어 살이 많이 쪘는데 강제 다이어트가 되어 보기 좋아졌다. 몸무게는 약 2kg 정도 감량되었지만 아직 볼에 살이 많아 귀엽다.


수술이 잘되었고 경과가 좋아 별 걱정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죽 말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한다. 사실 요즘 배가 고픈 아이가 신경 쓰여 와이프도 요즘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식사시간에 아이 몰래 주방 구석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계란을 구워 먹고 있다.


수술한 지 2주가 넘었고 아이 수술 경과도 괜찮아서 안심하고 있는데 아이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 고민이었다. 고기가 먹고 싶은 아이는 설움을 참지 못해 울었다. 수술 전 집에서 자주 시켜먹었던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한다.

배달시켜 먹은 삼겹살 세트 <존돼지>


아이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수술하고 죽만 먹으니 삼겹살이 먹고 싶은 것이 이해가 간다. 며칠 전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이가 나에게 달려와서 엄마가 주말에 삼겹살 먹기로 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다.


출근한 사이 와이프가 아이와 상의를 했고 대패 삼겹살 가게에 가서 고기를 잘게 잘라먹기로 했다고 한다. 아이는 매일 저녁 자기 전에 삼겹살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든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지 눈에 선하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덩달아 나도 주말이 기다려졌다.




주말이 되어 집 근처 대패 삼겹살 집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 아이에게 잘게 잘라줬다. 아이는 너무 맛있다고, 최고라고 좋아한다. 물론 밥도 물에 말아먹어야 하고 삼겹살도 가루처럼 잘라 먹여야 했지만 삼겹살이 먹고 싶은 아이가 소원을 이룬 것이다. 아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와 함께 먹은 대패삼겹살


아이는 코로나 19로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이제 5월 27일부터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학교를 다닐 예정이다. 3월 초 초등학생이 될 아이가 2달간 집에만 있었고 힘든 수술도 하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동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경계에 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잘하길 바랄 뿐이다.


힘든 수술 후 조금씩 회복해서 조만간 일반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코로나 19로 헝클어진 아이의 일상과 우리의 삶도 다시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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