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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n 16. 2020

돈 없는 건물주가 겪는 일

건물주 Lv0

나는 돈 못 버는 건물주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일컫는 말이 바로 '건물주'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있다. 다들 건물을 사서 월세를 받는 것이 꿈일 것이다. 물론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그런 철없던 내 모습을 후회한다. 건물주라고 모두 같은 건물주가 아니다. 건물주의 목표는 매월 고정적인 수입에 있다. 그런데 나는 매수 초기에 설정을 잘못해서 고정적인 수입이 아닌 고정적인 지출만 생겼다. 매달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까지 손해가 난 적도 있다.


건물주는 부자고 현금흐름이 을 거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건물주지만 부자와 거리가 멀고 건물에서 이익도 발생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인들에게는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다. 아파트와 달리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세대 건물은 매달 고정적인 월세라는 현금흐름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건물주가 되고 싶었다.


회사 입사 후 원룸에서 전세로 살았다. 그러면서 나도 원룸 건물을 가지고 세를 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건물주가 되는 것을 버킷 리스트로 정하고 언젠가는 건물주가 되려는 희망을 품었다. 그렇게 원룸 건물과 상가건물에 대한 책을 몇십 권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희망이 생겼고, 나도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건물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건물을 사려면 이미 건축이 완료된 건물을 사는 방법과 직접 건축하는 방법, 건축주가 짓고 있는 건물을 매수하는 방법 이렇게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초기 자본이 제일 적게 드는 방법이 건축 중인 건물을 매수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하는 책과 부동산도 있을 정도다.


나는 모아둔 돈이 적었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드는 건축 중인 건물을 매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건축주가 건물을 짓는 동안 계약금을 납입한 후 건물이 준공되면 건축주의 대출을 승계하고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나머지 잔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고 거액의 수수료를 부동산에 줘야 했다.


구체적인 계획과 자금 활용계획을 제대로 세워두지 않고 단지 건물주가 된다는 기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운영이 되지도 않았고 부동산에서 소개한 수준의 월세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내 돈이 적게 들어간 이유도 있지만 생각보다 월세가 낮았다. 공실이 생기거나 계약기간 만료 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했고 부동산 수수료를 내고 나면 매달 마이너스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주라는 허상을 쫓았다.


건물을 인수했을 때 초기에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착각했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매달 월세를 받은 돈으로 이자 납부하고,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 요금, 청소비, 엘리베이터 관리비, 소방 관리비를 제하면 매달 마이너스였다. 건물 인수 후 갑자기 상승한 이자로 인해 내가 회사에서 일한 돈으로 건물 관리비를 내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 물론 지금은 몇 세대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고 코로나로 이자가 조금 낮아져서 겨우 손익 분기점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임대업이다. 세입자들은 자주 이사하는데 그럴 때마다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개인이 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동산에 수수료를 납부하며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그렇게 구한 세입자들이 편하게 살게 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고, 시설물을 관리해야 하고 전기와 수도, 인터넷을 설치하고 유지해야 한다.


아파트는 관리실이 있어 거주민들의 편의를 책임지고 돌봐주지만 작은 원룸 건물에는 관리실이 없다. 그래서 세입자들의 불편함이나 요청은 건물주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 주차문제부터 층간소음에 대한 원만한 합의, 쓰레기 처리와 같은 일들로 일주일에 두 세 통 이상의 전화를 받고 있다.  



그동안 내가 가진 건물에서 수익이 아닌 손실만 발생해서 애써 외면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렇게 두면 계속 손해가 누적될 테니 이제라도 조금씩 건물의 수익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돈 있고 건물 계약만 하면 큰 무리 없이 건물주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물주가 되려면 준비해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 건물주 4년 차인 나는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조금씩 준비해서 제대로 건물을 운영해보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건물주 #건물주Lv0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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