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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n 28. 2020

누구야? 그 여자!

어설픈 짝사랑

결혼사진을 보며 나에게 묻는 와이프


흡사 바람피운 것 같은 느낌이다. 와이프와 결혼한 지 햇수로 10년이 되었고, 연애기간까지 합치면 만난 지 14년이 넘었다. 당연히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바라기처럼 와이프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20살 때 나는 대학교 동기를 짝사랑했었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안 와이프는 가끔 나에게 장난친다. 문제는 내 짝사랑 동기가 내 결혼식에도 왔었고, 결혼식 후 찍은 사진에도 그 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20년 전 어느 날, 공강 시간에 근처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심리테스트를 하는데 생각나는 여자 이름을 적으라는 질문에 한 여자 동기 이름을 적었다. 심리테스트 결과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그 동기라는 것이다. 나는 대학교 입학 전까지 여자를 만난 적도 없었고, 나와 피가 섞이지 않은 여자들과 말한 기억도 없었다. 그저 우연히 생각난 여자 동기 이름을 적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심리테스트로 인해 아무 이유 없이 그 동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후 그 동기와 함께 다녔다. 마침 집도 근처고 듣는 수업도 같아서 함께 다니기를 몇 개월 한 뒤 점점 좋아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여름 방학 때 고백하려고 그 애의 집 앞에서 꽃을 사들고 기다렸다. 당시 내가 짝사랑했던 여자 동기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마치는 시간에 그 애 집 앞에서 고백하려고 했던 것이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 애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 남자는 또 다른 내 친구였다. 그동안 둘이 사귀는 것을 알지 못했고, 둘이 손을 잡고 오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날따라 비가 왔고 울지는 않았지만 눈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이것이 내 짝사랑의 전말이다. 어떻게 보면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그 여자 동기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본 둘의 모습에 실망했지만 둘 사이를 응원해줬다. 내 친구와 나는 같은 날 같은 훈련소로 입소했고, 같이 훈련을 받았다. 몇 달 후 내 친구와 여자 동기는 헤어졌다.


나는 군대 휴가 때도, 제대 후에도 그 여자 동기를 만났지만 그냥 친구로 지냈다. 내가 좋아했던 시간은 4개월이지만 친구로 지낸 시간은 10년이 넘었다. 그것을 안 와이프는 나보고 누군지 말하라고 결혼식 사진을 보며 나를 협박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찌질하다고 놀린다. 좋아한다고 말도 못 했던 나를 비웃는다.




그때 나는 지독하게 찌질했고, 순수했다. 이제 그 애를 좋아했던 마음은 기억조차 없지만 그때의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아련하게 아프다.


#찌질이 #짝사랑 #2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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