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종이팽이 장인의 탄생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졌다.

by 보통직장인

코로나 19의 여파로 사회가 멈췄다. 8살 딸의 초등학교 입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아이가 지루해한다. 아이가 안쓰러워 평일 유튜브를 볼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칙을 완화하는 안건이 가족회의를 통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평일에도 유튜브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3월 중순이면 초등학교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4월로 개학이 연기되었다. 이제 아이는 유튜브 헤비유저가 되었다. 각종 만화와 유튜버를 섭렵하던 어느 날 색종이를 사달라는 주문을 한다.


'네모 아저씨'를 보며 종이 팽이를 접겠다고 한다. '색종이를 사주며 몇 개 접고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색종이 접기에 빠지셨다. 다양한 종이 팽이를 접고, 그 결과물을 친구들과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이들은 키즈폰을 샀다. 팽이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공유한다.)


종이 팽이를 40개 넘게 접던 아이는 접기 어려운 팽이를 접어달라고 요구해서 접어주었다. 내가 접어 준 팽이와 삐뚤빼뚤한 자기 팽이를 보며 아이는 기분이 좋지 않다. 장인정신이 생겼는지 그동안 접은 팽이 중 잘 돌지 않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팽이들을 선별해서 버린다. 나름의 선별 기준으로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장인정신으로 안 예쁜 팽이를 버리고 난 후의 팽이들


팽이를 예쁘게 접으려고 계속 시도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자 속상했던 아이는 다시 엉엉 울며 나에게 왔다.


아빠가 접은 팽이는 이렇게 예쁜데,
은서가 접은 건 삐뚤빼뚤 못생겼어!


아이는 나에게 비법을 물어본다. 아빠가 접은 것처럼 예쁘게 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나는 유튜브의 네모 아저씨가 접는 것 보고 그대로 접으면 된다고 말해줬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선에 맞춰 접고, 꾹꾹 눌러주면 된다고.. 아이는 그렇게 해도 잘 안된다고 한다.


은서는 팽이 2주일 동안 접었어. 그런데 잘 안돼. ㅠ.ㅠ


아이가 다시 서럽게 울면서 나에게 물어본다. 마땅히 할 대답이 없다. 기본을 지키면 된다고 말을 할까? 아니면 아빠는 40살이라서 팽이를 잘 접는다고 할까? 그러다가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처음에 반접을 때와 삼각 접기를 할 때 선에 맞춰서 잘 접고 꾹꾹 누르면 돼. 그렇게 계속 만들다 보면 예쁘게 접을 수 있어'

출처 : 유튜브 네모 아저씨


지름길이나 비법은 없다.

아이에게 팽이 접는 법을 설명해주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에게 비법을 물어볼 때와 같은 상황이다. 그분들의 대답은 내가 아이에게 말한 답과 같았다. '기본을 지켜라. 디테일에 신경 써라. 계속 시도하고 매일 꾸준히 반복해라'. 이 모든 말들은 결국 종이팽이 잘 접는 법과 같다.


세상에 특별한 몇 가지 일을 제외하면 우리는 이미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험 성적 잘 받기, 영어 회화 잘하기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바라는 것들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기본을 지키는 것, 꾸준히 하는 것, 계속 시도를 하는 것.


아이에게 팽이 접는 법을 알려주며 나도 모르게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다.


#종이팽이 #네모아저씨 #유튜브 #졸꾸 #디테일 #한 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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