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숨이 멈추고 나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

by 보통직장인
이제 입관식 하겠습니다.

할머니의 시신을 천으로 싸기 시작한다. 지금이라도 일어나실 것 같은데 입관식을 하고 나면 그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질 것 같아 두렵다. 아버지와 삼촌, 고모들이 통곡하신다. 이제는 할머니의 죽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머니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공교롭게도 내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의 일이다. 할머니는 대퇴골 복합골절로 거동이 불편하셨고, 노환으로 어느 날 아침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


폐암입니다. 얼마 안남으셨어요.


처 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에 가셨다. 폐암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손 쓸 수가 없어 퇴원하셨고, 일상생활을 계속하셨다. 얼마 후 거동을 할 수가 없으셔서 검사해보니 암이 온몸에 퍼지셨다. 허리뼈도 부서지셨다. 살날이 얼마 안 남으셨다는 말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코에 산소를 계속 주입해야 만한다. 통증이 심해 모르핀 투여를 하고 그러고 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신다.




나는 죽음을 피하기만 했다. 할머니가 아프실 때도 자주 찾아뵙지 않았다. 할머니가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고, 나도 언젠가 죽을 거라는 섬뜩하도록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다.


어차피 인간이란 존재는 찰나를 사는 존재지만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살았다. 하지만 내 가족이 그런 상황이니 죽음의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다.


처 할머니께서 어제 돌아가셨다. 끝내 연명치료는 거부하셔서 삽관은 하지 않으셨고, 폐기능이 다해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


내 할머니도 처 할머니도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채 돌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 물론 그게 우리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손자, 손녀로서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죽음의 무게를 가끔 뚜렷하게 느낀다. 특히 장례식장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함께 공존한다.


내 할머니와 처 할머니를 위한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은 나와 와이프를 거쳐 우리 아이들에게 왔다. 그분들께서 주신 시간을 소중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바라건대 그분들의 마음이 같은 폐암으로 세상을 등진 의사이자 환자인 '폴 칼라니티'와 같을 거라 믿는다. 나도 언젠가 늙고 병에 걸려 눈을 감을 때가 오겠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사랑은 지금과 같을 것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 -폴 칼라니티



처 할머니께서는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되셨지만 작은 체구로 다섯 아들을 모두 잘 키우셨습니다. 그런 처 할머니를 장인어른을 비롯한 형제분들은 너무도 존경하셨습니다.


다섯 아들이 장성해 손주들을 낳고, 그 손주들이 장성해서 증손주를 낳았습니다. 이제 그분께서는 먼길을 떠나시지만 그분을 위해 가족들 모두 모여 함께 인사드립니다.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숨결이바람이될때 #아프지마시고 #편안하시길 #한달 #한달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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