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환! 말 더듬던 취준생의 면접 필살기

충분한 준비와 연습

by 보통직장인

2000년 중 후반의 일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으레 그렇듯이 취업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돌이의 전형적인 특징이랄까 말도 조리 있게 못 하고, 평소 교양을 쌓은 적이 없다 보니 시사에도 어두웠다.


학점과 토익 성적은 기준 요건에 충족되었지만 나에게 부족한 것은 면접 때 어필할 말솜씨와 논리력이었다. 학교 수업교재 외에 책을 읽은 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해본 경험도 없던 나에게 준비 없는 면접은 광속 탈락과 같은 말이었다.


다행히 괜찮은 취업스터디 그룹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모의 면접 때 동기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유창한 말과 매너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자신의 장점과 경험을 멋지게 포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이 사라졌다. 과연 몇 달 준비한다고 그들처럼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모의면접에서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준비한 자기소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긴장으로 머리가 하얘졌고, 작은 외삼촌을 놀리다가 옮아버린 말더듬이 재발했다. 준비한 것의 반도 말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의 면접이 중단되었다.


열외..


다시 준비하라고 한다. 집에서 대사를 만들어서 연습했다. 말을 더듬으면서 계속 연습해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면접이라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내 동기들은 저만치 앞에서 뛰어가는데 나는 출발선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꾸준한 노력은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의 노력이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발전을 하지 않았다. 모의면접에서 대답 못한 질문을 집에서 연습하고, 다음 모의면접에서 다른 질문이 나오면 또 대답 못하는 일들을 반복했었다. 보다 못한 동기 형이 나에게 진짜 면접 때는 우황청심환을 마시는 게 어떻냐고 조언을 해줬다.


시간이 흘러 취업시즌이 됐고, 입사 서류가 통과된 회사로부터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면접 준비가 충분치 않았고, 말 더듬도 나아지지 못했다. 면접을 위해 가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에 들러 우황청심환을 샀다. 드링크로 된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고 물보다 흡수가 빠르다고 농담하시는 약사님의 말씀을 듣고 우황청심환을 마시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우황청심환이 내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심장의 두근거림을 안정시켜주었다. 영어 면접과 토론 면접, 기술 면접을 무사히 지나 인성면접의 시간이 왔다. 나는 지난 모의면접 때는 인성면접에서 무참히 패배했었다.



면접관 앞의 의자에 앉아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던 자기소개를 실전에서 완벽에 가깝게 말했다. 나에게 묻는 여러 질문들에 막힘없이 대답했고 감명 깊게 읽은 책과 작가 이름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합격을 직감했다. 면접관의 질문들은 그동안의 면접 스터디에서 내가 고배를 마셨던 질문들이고 이미 그 질문들에 대한 답안은 머리에 있었다. 거기에 우황청심환의 영향으로 긴장을 하지 않으니 내가 준비한 것들을 모두 보여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내용과 저자, 내가 느낀 점을 말하고 난 후에 면접관님 중 한 분이 나에게 자신감이 넘친다고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몇 달간의 취업 스터디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다고 그동안 준비한 것들이 쓸모없었던 건 아니었다. 실제 면접 때 내가 준비한 것들이 빛을 발휘했고 그렇게 내가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다. 내 부족함에 좌절하고 그만두었다면 나에게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던 것에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황청심환의 도움도 컸다. 이제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우황청심환을 마시지 않는다. 우황청심환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노력과 그 노력이 표현될 정도의 많은 연습이라는 것을 살면서 깨달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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