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남자가 본 '82년생 김지영'

영화 82년생 김지영

by 보통직장인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만큼 내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는 드물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놀랍게도 내 가족과 닮았다.


식구들을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미싱공장에서 일한 우리 엄마는 '지영이 엄마'와 꼭 닮았다. 미싱 바늘이 손가락을 뚫었지만 다음날 반창고만 붙이고 일하러 가시는 것을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봤다. 엄마는 미싱을 많이 해서인지 류머티즘이 와서 지금 손가락이 많이 뒤틀려있다.



지영이 어릴 시절은 83년생인 내 여동생과 같다. 증조할머니께서 남자인 나를 편애하셨던 터라 마음껏 울지도 못했다. 증조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야 눈에 띄는 편애가 사라졌다. 남학생이 쫓아와서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여학생 김지영을 보니 새벽에 나에게 버스정류장에 나와달라고 한 동생에게 짜증을 냈던 것이 새삼스럽게 미안하다.


내 여동생은 '세계적인 IT 기업'에서 일했다.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출산과 육아에 지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주말부부를 하며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독박 육아를 하며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퇴직했다. 직장보다 아이가 중요해서 퇴사했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동생의 말에 짙은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내 와이프는 82년생이다. 지금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다. 첫째는 7살이고 둘째는 100일이 조금 넘은 젖먹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을 정리하고.. 하루가 짧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지만 첫째가 집을 어질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집이 엉망진창이 된다. 아이들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두 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내 가족들은 영화의 등장인물과 놀랍도록 닮았다. 그리고 여자라서 받는 불공평과 편견은 남자들은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에 만연해 있다. 영화를 본 후 여자가 겪은 여러 사건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엄마와 와이프, 동생이 겪은 사건은 과거다. 지금 그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13년생 내 딸이 차별받지 않게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서 유리천장과 편견으로 불이익이 없도록 회사문화가 성숙하기를 바란다.
여성의 출산 후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국가와 기업이 남자들의 육아휴직 권장과 육아를 지원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발전은 여성과 남성의 대결구도가 아닌 함께 힘을 모아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야한다. 내 엄마와 82년생 와이프와 83년생 여동생이 겪은 힘들었던 과거가 13년생 내 딸에게 되풀이되지 않게 개인과 국가, 기업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81년생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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