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절 선생님이 나를 보며 하신 말씀이셨다. 한 때는 남들처럼 이해가 빠르고 기억력이 비상해서 잘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이었다. 이해가 늦고 둔한 나도 세상을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철이 들고 꾸준함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출발선에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에 서있었지만 꾸준히 걷고 남들 쉴 때 계속 걸었기 때문에 이제는 중간 그룹에 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선두 그룹의 사람들은 뒤통수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그들 곁에 설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다만 매일 조금이라도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짧지 않은 인생을 사는 동안 한 번도 남들보다 나은 적이 없었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나는 늘 부족한 존재였다. 운이 좋은지 나쁜 건지 나는 내 실력보다 조금 좋은 환경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내 재능이 부족하다고 한다. 능력이 부족한데 이곳에 있는 것이 의아하다고도 했다.
나는 늘 내 앞을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등 뒤를 보며 터덜 터덜 느린 걸음을 이어 나갔다. 가진 바 능력이 부족하고 이해력이 낮아 남들처럼 빨리 걷거나 뛰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부족하다는 것과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희망뿐이었다. 내가 마주한 것은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느리게 걸어왔다. 이제 주위에서 제법 밥값 한다는 말을 겨우 듣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내 모습에 칭찬을 해주시는 분도 계신다. 둔하고 모자란 재능을 꾸준함으로 조금씩 상쇄시켜나갔다. 남들과 같은 시간을 노력하면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성취가 낮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노력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해력이 낮기 때문에 여러 번을 봐야 겨우 이해하고, 아는 것도 계속 보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고 느린 걸음을 꾸준히 그리고 꾸역꾸역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다시 출발선으로
이제 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나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글쓰기 활동이 그것이다. 2월 말 브런치 작가가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80개의 글을 썼다. 예전부터 써왔던 블로그 글쓰기와 달리 브런치에는 주로 내 이야기를 쓴다.
둔하고 재능이 없는 내가 이제 작가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이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처음에는 남들보다 모자란 것을 잘 안다. 애초에 내 성취가 늦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매일매일 글을 써나간다.
빛나는 재능으로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 틈에 나는 소박하게 내 생각과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어나가고 있다. 뛰어난 글쓰기 솜씨를 뽐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매일 조금씩 나의 글을 가다듬으며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멋진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한다.
동화 속 거북이는 토끼보다 걸음이 늦지만 포기하지 않아서 결국 토끼를 이긴다. 현실의 나는 토끼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목표하던 지점에 도달할 걸 안다. 나는 거북이처럼 한발 한발 내디뎌 목표를 향해 걸어 나갈 것이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며 나를 표현하고 독자들로부터 피드백받을 것이다. 계속된 글쓰기 공부를 통해 내 실력을 향상해나갈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한눈팔지 않으며 앞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거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