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걸어오는 죽음

팔로우 (It Follows, 2014)

by Charley

길거리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그 평범한 걸음걸음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냥 이웃 사람인가 싶었지만 평범한 이웃이라기엔 심상치 않다. 무표정한 얼굴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걸이로 나를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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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_720_405.png 주인공을 따라오는 노인의 모습을 한 '그것'


<팔로우>는 저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종의 이유(*스포일러)로 저주를 받으면 오직 당사자의 눈에만 보이는 정체모를 '그것'이 저주받은 사람을 쫓아온다. 때로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외형은 변화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것이 저주의 대상자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어디로 도망을 가든지 멈추지 않고 따라오는 그것을 따돌리지 못하는 순간, 남는 것은 결국 죽음뿐이다.



사실 불특정 다수에게 저주가 옮겨 가는 류의 영화는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이다. 20년쯤 전에 <링>이라는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그와 비슷한 아류작들이 끊임없이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팔로우>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대상이 귀신이나 악마, 또는 괴물의 형태를 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마주치게 되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보았지만, 영화의 후반부쯤에 그것이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해치려고 하는 부분을 빼면 특별히 잔인한 장면도 없었다. 그것은 그저 화면의 저 멀리에서부터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존하는 호러의 공식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연출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결과물도 아주 만족스러웠고 말이다.


또한 눈에 띄는 시각적인 공포가 덜한 대신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영화의 긴장감을 잘 이끌어 간다는 점 역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히스테릭한 효과음을 적절히 사용한 덕분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더욱 쉬웠다. 그렇기 때문에 <팔로우>를 보는 순간만큼은 평소보다 볼륨을 높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특유의 느린 전개와 밋밋한 연출 스타일은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이 많거나 선혈이 난무하는 스타일의 호러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수면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공포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숙면만 취하고 나왔다고 하는 리뷰가 종종 보이는 것 또한 그런 이유일 것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은 다른 것이니 "나는 조용하고, 피가 없는 공포영화가 정말 싫다."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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