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오빠의 그렇고 그런 경제 이야기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사실상의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이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은행도 뒤늦게 기준 금리를 0.5%p 인하하며, 경제 침체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미국, 일본을 포함해 한 국가가 저금리 시대, 사실상 초저금리인 시대가 전개되면 개인과 기업, 기관은 갈 곳 잃은 돈을 맡길 적당한 투자처를 찾게 되고, 이를 충족시킬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1980년대 전례 없는 버블 붕괴와 경제 위기를 겪은 일본은 안전한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해외 채권과 채권형 펀드 투자, 그리고 리츠 등과 같은 대체 투자처가 발전해 왔다. 특히 리츠는 시세 차익보다는 배당금 수익을 목표로 한 보수적인 성격의 투자처인데, 2019년 기준 일본의 상장 리츠 시가 총액 비중은 전체 주식 시장의 거의 3%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 목돈과 은퇴 자금, 여윳돈을 굴릴 투자처로 주식을 선호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다수의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강력한 내수 시장이 버티고 있으며, 기축 통화국 지위라는 특수성 등 다양한 이유로 저성장 국면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저금리 시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산을 증식하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며 갈 곳 잃은 돈들이 먼저 향한 곳은 부동산 시장과 수익형 금융 상품 시장이었다. 부동산이 나름 목돈이 필요한 재화라면, 가용 자산 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금융 상품이다. 이렇게 변화를 겪는 과정에 우리는 2019년 DLF 사태와 지금의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공통점은 금융 기관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암묵적으로 형성된 도덕적 해이가 만든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기본적으로 판매 채널이 약해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를 강력한 상품 유통 채널로 삼는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국면에서 상품 기획을 하는 운용사는 고수익 투자처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험도가 높고 복잡한 금융 상품을 설계해 제공할 필요성을 느낀다. 전방에서 상품 유통을 하는 금융사는 비(非)이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이유로 위험 자산에 대한 유통을 승인하는 경우가 생기며, 그만큼 불완전 판매가 높아질 환경이 갖춰진다. 라임 사태의 경우, 운용 상의 불법도 있었으니,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태로 판단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관련 상품을 유통한 은행의 징계를 확정했다. 6개월 간 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등 업무 일부 정지를 포함해 신사업 진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자산관리 수익이 은행 세전 이익의 11% 수준임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합당한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다양한 수익형 금융 상품이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내 소중한 자금을 현명하게 굴릴 수 있을까?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이지만, 설계 구조, 운용 구조 등이 어려운 상품이 많다. 투자 문외한의 경우 상품을 이해하기보다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원금 손실 조건을 자세히 따진 후 투자를 결정하는 편이 낫다.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매우 높은 상품인 경우 그만큼 상품 설계 측면에서 원금 손실을 감안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어떤 조건에서 손실이 발생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DLF는 금리연동형 상품으로 원금 손실 조건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는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유럽 경제 상황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해당 상품에 대한 위험도를 인지했을 것이다.
더불어 일반적인 공모펀드 투자팁이 있다면, 운용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상품의 최근 3개월 투자 수익률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자. 자금 운용이라는 것이 보통 설계 당시 수익을 낼 수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설계하기 때문에 초반에 수익률이 높은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후 수익률은 운용사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초반 수익률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너무 많은 투자금이 모인 펀드 또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적정 수준으로 자산을 운용할 계획이 있던 A라는 상품에 이를 상회하는 초과 투자금이 모일 경우, 오히려 자금 운용에 차질과 고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금융업 종사자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이니, 믿거나 말거나이다.
내 돈이 어디에서 관리될 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펀드와 같은 수익형 상품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직접 운용하는 상품이 아니다. 자산운용사는 이들을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유통 채널로 인지하고 활용하므로, 투자자 또한 그런 의도를 알고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번 DLF 사태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상품 판매는 은행을 통해 이뤄졌고, 라임사태 또한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이 유통됐다는 점을 잊지 말자.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다모아' 같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가입할 펀드의 자산운용사를 확인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주로 PB(Private Banker) 등을 통해 추천받는데, 적어도 어떤 기관이 내 자산을 운용할 지 확인하고 해당 자산사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조심했는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모르고 당하면 그렇게 억울하다.
최근 금융 사고가 발생한 주요 유통처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명망 높은 은행과 증권사가 포함돼 있다. 유통 채널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본사 차원에서 특정 금융 상품 유통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는지 여부이고, 또 다른 하나는 판매 담당 직원의 불완전 판매이다. 판매 직원의 불완전 판매는 사실상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가려내기 어렵다. 하지만 DLF와 라임자산운용의 상품을 유통시킨 금융 기관은 당시의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상품들을 아예 취급하지 않은 금융 기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취급하지 않은 이유는 명백했을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적지 않은 수의 자산가들이 외국계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상품이 유통된 국내 은행의 신뢰도가 상당히 추락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2019년 자산관리를 받는 신규 고객 수가 2018 대비 2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은 이번에 문제된 상품들을 자체 심사 과정에서 걸러낸 것으로 입소문을 탔다.
5가지 강점을 내세워 자산관리(WM) 프로세스를 비교적 정교하게 설계했다고 평가받는 SC제일은행은 펀드를 유통시키기 전 상품의 리스크를 진단할 뿐만 아니라 해당 자산운용사의 신용등급을 시작으로 자산운용 조직, 리서치 팀까지 과거 5년 간의 실적과 평판을 모두 조사한다. 내부적으로 운영되는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승인 절차를 밟는데, 이 기구에는 소비자 담당관도 포함된다. 문제 소지가 될 금융 상품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어쩌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 그룹 운영, 이를 통한 객관적인 시장 전망, 그리고 소비자가 지속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은 국내 은행사가 참고할 부분으로 보인다.
투자에 대한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투자 유치 단계 과정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다양한 변수와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투자 주체인 우리가 틈틈이 경제 지식과 흐름에 관심을 가지며 위험성을 최대한 가려낼 수 있는 경제적 근육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자세한 사항은 SC제일은행 홈페이지(www.sc.co.kr) 또는 고객 센터(1588-1599)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SC제일은행으로부터 원고료를 지원 받았으나 작가의 견해를 주로 담아 작성됐습니다.
*SC 준법감시인 심사필 W237-20200319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