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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조각들

Souvenirs

by 캐나다 마징가

막내아들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여행 기념품들을 보니, 마치 여행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것들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막내의 작은 손끝으로 정리해 둔 기억의 조각들일 것이다. 햇살 가득한 골목, 낯선 도시의 향기, 이국적인 낯선 풍경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그러나 어떤 물건들은 언제, 어디에서 샀는지 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그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했을 텐데, 이제는 기억 속에서 잊힌 의미 없는 물건처럼 놓여있다.


어떤 기억은 또렷하고, 어떤 기억은 희미해지는 건 아마도 마음이 오래 머문 순간들만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던 순간, 간절히 잊고 싶지 않다고 바랐던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빛바래지 않는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 풍경들은 자연스럽게 시간 속에 묻혀간다. 기억이란 결국 마음이 머문 자리만을 조용히 붙잡아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Getty Villa - 고대 로마시대의 흉상

그리고 그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 그 자리에는 언제나 가족,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한 풍경에 함께 감탄하고, 그 순간의 감상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던 시간들, 기념품 하나를 손에 들고도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함께 이야기하던 순간이, 어쩌면 여행보다 더 깊고 소중한 기억이 된다. 함께 느끼고, 함께 감동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그 교감이야말로 기억을 더욱 따뜻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잊혀진 순간들도 의미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순간들은 지금은 희미할지라도, 언젠가 어느 순간에 생생하게 떠올라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아나게 한다. 마치 오래된 책갈피 사이에 끼워둔 낡은 사진처럼,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불현듯....

Getty Villa 전경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도, 우리가 함께 나눈 기억들은 우리 곁에 여전히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은 단순한 과거의 시간들이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 살아온 소중한 순간들이며,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하게 스며들어,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다시 우리의 손을 잡고 위로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감은 비단 가족과의 관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갈 때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관심과 따뜻한 한마디가 쌓여 더 넓은 교감이 되고, 그렇게 나눈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기에...

View from Getty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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