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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이 돈을 버는 나라

캐나다가 보여준 지속 가능성의 모범

by 캐나다 마징가

2025년 3월, 캐나다연금투자청(CPPIB)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연금(CPP)의 운용 자산은 7140억 캐나다달러에 도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최근 10년 평균 9.2%의 수익률이라는 눈에 띄는 성과이다. 단순히 연금이 고갈되지 않았다는 차원을 넘어, 이 시스템은 스스로 자산을 키우며 국가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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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과는 단지 경제 상황이 좋아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캐나다는 1990년대 말부터 연금도 투자기관처럼 운영되어야 한다는 개혁을 단행했다. CPP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운용 기관(CPPIB)에 위임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CPPIB는 전 세계의 주식,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며, 분산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해 꾸준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입김을 차단한 것도 중요한 원칙이다. 연금은 국민을 위한 자산이지, 특정 정권의 단기적 정책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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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이 호황이 캐나다공무원연금, 교사연금 등 다른 DB형 (확정급여형) 연금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Mercer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주요 DB연금의 지급여력(솔벤시 비율)은 평균 125%를 넘었다. 솔벤시 비율(Solvency Ratio)은 연금이나 보험 등 장기 채무를 지는 기관이 현재 시점에서 모든 부채를 즉시 청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유한 자산으로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2024년 말 기준 캐나다 DB형(확정급여형) 연금의 중간 솔벤시 비율은 125%에 달했다. 즉, 지금 당장 모든 연금 수급자에게 약속된 연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더라도 자산이 충분히 남는다는 뜻이다. 이는 연금이 단기 수급자 중심이 아닌, 세대 간 공정한 부의 이전을 고려하며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연금 개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캐나다 내에서도 비판은 존재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연금 기금을 더 많이 국내 투자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에 대해 캐나다 연금투자청(CPPIB)은 캐나다는 세계 GDP의 약 3%에 불과하다며,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과 리스크 관점에서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 활성화와 연금 수익률 간의 균형, 이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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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금의 성공은 단지 돈을 잘 굴렸다는 숫자상의 결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높은 수준의 운용 투명성, 정치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 그리고 짧은 성과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안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캐나다는 연금을 단순한 노후 보장이 아니라, 세대 간 책임과 연대를 담은 사회적 계약으로 다듬어 왔다.


연금이란 미래를 약속하는 사회적인 계약이다.
캐나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제도를 개편했고, 수십 년에 걸쳐 그 성과를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숫자와 안정성으로 증명해 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연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운명론에 머물기보다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개혁할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사회적 철학을 구현할 것인가를 묻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연금은 재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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