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Hill Winery in West Kelowna
매년 여름이 다가오면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면 좋을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고심 끝에 선택하고 잘 다녀오는 길에 여행지에 대한 평가를 하는 일로 여행을 마무리하게 된다. 같은 도시로의 여행도 그때의 일정에 따라 때로는 만족스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매번 다녀올 때마다 다시 방문하고 싶고 더 머무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바로 밴쿠버에서 차로 5시간 남짓 걸리는 오카니간 지역의 도시, 켈로나이다. 캐나다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던 켈로나는 방문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오카니간 지역의 여름은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처럼 해가 많으면서 건조하고 더운 날씨인데 이러한 기후적인 특성이 밴쿠버의 여름과는 다른 이국적인 휴양지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시원한 새벽에 골프를 치고 무더워지는 낮에는 호수에서 스피드 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기고 저녁에는 숙소와 가까운 와인너리에서 식사와 와인 한잔 하는 즐거움.... 생각만 해도 신선놀음이다.
오카나간 지역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지역의 수많은 와이너리들이다. 저마다 특색 있는 콘셉으로 꾸며진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각종 와인에 대한 설명을 안주삼아 시음하고 포도밭의 풍경을 즐기는 일은 그 어느 곳에서의 휴가보다 낭만적이고 마음이 푸근하다.
크고 작은 특색 있는 와이너리가 많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어느 곳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먼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로 Mission Hill Winery을 꼽을 수 있다.
Mission Hill Winery는 미션힐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수려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의 명소이다. 이국적인 건축물들로 유럽 어느 작은 마을의 수도원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데 시간마다 울리는 벨타워의 종소리는 더욱더 유럽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실제로 건축가도 방문객들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와이너리를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면 많은 위와 같은 예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조금 심심할 수 있는 포도밭 투어의 중간중간에 예술작품들을 구경하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와이너리 입구의 아치모양 구조물은 무게 5톤의 라임스톤을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조각하여 만든 작품이며 가운데 박혀 있는 문양은 와이너리의 설립자 Anthony von Mandl의 가문 표식이다.
보통 와이너리 투어는 하루에 적게는 2-3 곳에서 시작해서 많게는 4-5 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시음하는 와인의 양이 적지 않아 나중에는 취기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오카나간(Okanagan)의 덥고 건조한 날씨는 다음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술기운을 말끔히 지워준다.
오카나간에서의 와이너리는 미국의 나파밸리에 비해 화려하진 않을 수 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일생을 보낸 분들의 노력과 캐나다의 소비자들의 지원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캐나다 와이너리만의 색을 지니게 되었다. 앞으로 더욱더 캐나다 와인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