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Banff National Park
밴프(Banff)로의 RV 여행은 자동차나 비행기 여행이 주지 못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캐나다로 이민온 후 편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밴프 국립공원을 12차례나 다녀왔는데 처음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매번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 덜 쉬어가며 중간중간 과속도 하면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곤 했다.
하지만 RV로 하는 여행은 같은 도로여행이지만 '마음의 여유'라는 승객을 하나 더 태운 것 같다. 어차피 끝까지 밟아도 잘 나가지 않는 RV를 운전하며 밴프로 가는 길은 오히려 중간중간 공원에 들러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음식도 해 먹고, 쉬어 가며 자연 가까이서 여행을 하는 경험을 선물한다. 그렇게 이곳저곳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여정이 절대 길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금방 도착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매번 멀게 느껴졌던 시간은 거리 때문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문제였던 것 같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RV 안의 여행자들과 함께 자연 속에 동화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순간을 계속 붙잡고 싶은 마음에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다시 돌려 들으며 캐내디언 로키 산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밴프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많은 관광 명소들을 다 이야기하려면 아마 여러 편의 글로도 모자라겠지만 RV로 들리는 곳곳마다 위의 사진과 같은 에메랄드 빛 호수와 그림 같은 로키 산맥의 산들이 펼쳐져 있다.
어느덧 도착한 밴프 도심은 스위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비가 잘 되어 더 쾌적해진 모습으로 코로나 이후의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RV 여행을 하는 동안 새로 알게 된 사실은 RV의 주 고객 대상이 독일과 스위스의 여행객들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머물렀던 RV 사이트의 옆자리도 모두 독일 가족들이었는데 캐나다 여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왜 독일분들이 캐나다까지 와서 RV여행을 하는지 물었다. RV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에서 많은 가족들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드넓은 캐나디안 로키 산맥에서 자유로운 RV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밴쿠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