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계획하듯 하루를 살면

꿈결처럼 남은 시간들

by 캐나다 마징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조금 특별한 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었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어떤 시간을 아이들과 나눌까...
그 질문들은 짐이 아니라 설렘이었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먼저 그곳에 가 있었다.


연말 음악회에서 울려 퍼지던 선율,
가족들과 마주 앉아 나누던 정겨운 저녁 식사,
잠시 들렀던 카페에서 아무 걱정없이 웃으며 보내던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분명히 선명했는데,
돌아보면 꿈결처럼 조용히 지나가 있다.


이제 연말의 설레임은 이미 지나갔고,
2026년도 어느새 새해 첫날을 훌쩍 지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은 늘 그렇듯, 예고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tempImage0Up3EG.heic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문득 연말에 듣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또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허전했고,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 시간들이 이미 과거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을 계획한대로 온전히 보냈다는 기억이 더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장소나 이벤트가 특별해야만 삶의 어떤 순간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설렘은 목적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던 그 과정,
함께 웃으며 상상하던 그 시간에 있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삶을 결핍과 충족 사이를 오가는 반복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기대할 때는 결핍에 있고, 손에 넣는 순간에는 잠깐의 충족이 있다가
이내 또 다른 결핍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말하지 않은 틈새가 하나 있다면
기대하는 마음 자체를 음미하는 태도가 아니었을까.

연말을 계획할 때 느끼는 그 설렘처럼,
삶을 특정한 날에만 걸어두지 않고 하루하루를 작은 연말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시간은 더 이상 우리를 앞질러 도망가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는 음악을 조금 더 크게 틀고
아이들과 따뜻한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할 생각이다.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음만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어쩌면 삶의 소중함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가올 연말을 기다리듯 내일의 아침을 조용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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