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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드 해안에서의 하룻밤

Porteau Cove Provincial Park 캠핑장

by 캐나다 마징가

밴쿠버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Porteau Cove는 스쿠버 다이빙의 성지이자 피오르드 지형의 해안을 따라 자리를 잡고 있는 산책로와 캠핑장으로 유명한 주립공원이다. 오랜 세월 동안 빙하에 깎여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생긴다는 지형 - 피오르드(Fjord)의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


휘슬러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Sea to Sky 하이웨이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Howe Sound의 장관을 보고 감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풍경의 한가운데 위치한 Porteau Cove 캠핑장은 시즌 내내 예약하는 것이 어렵고 특히 물가 자리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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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eau Cove Camp Ground & Beach

작년에는 무슨 복이 터졌는지 고마운 후배님의 노력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19번 사이트에서 며칠을 머무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그리고 동생 부부가 24번 예약 성공!! 규모가 작은 캠핑장이기는 하지만 사이트에서 바라본 바다와 산 경치는 다른 캠핑장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낭만과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어디를 가나 커피 광고에나 나올 법한 풍경들이 즐비한 밴쿠버이지만 이곳은 좀 더 특별하다.

tempImageOkdtYm.heic 캠핑장 사이트 지도

관리인의 간단한 검문을 마친 뒤 캠핑장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짐 정리에 분주했다. 물가 바로 앞에 자리한 우리 사이트 앞으로는 자갈 해변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예전에, 캐나다가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인 이유는 피오르드 지형이 전역에 걸쳐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빚어낸 이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을 곁에 두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문득 감사하게 느껴졌다.

B.HEIC
A.HEIC
Porteau Cove 의 저녁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행복과 의미를 주었던 Porteau Cove 지역은 사실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콩코드 퍼시픽 (CP)과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Squamish Nation (SN)이 합작하여 2004년부터 이 지역에 1400세대의 주거공간과 상업지구 개발을 준비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잠시 중단되었던 계획은 최근에 다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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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quamish Nation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프로젝트에서 철수했으며, 이후 콩코드 퍼시픽 사가 이 개발 파트너십을 Squamish 원주민들로부터 단 1달러에 인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거래 과정의 불법성 여부와 투명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토박이 화강암 채굴업자와의 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개발 계획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코드 퍼시픽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Coming Soon"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을 암시하고 있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조각해낸 자연의 유산 위에,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건물을 짓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우리는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셀 수 없이 쏟아지던 별빛 아래, 캠핑장의 장작 냄새와 해변 자갈밭을 두드리던 파도 소리를 온몸으로 느꼈던 그날 밤이, 지금도 종종 그리워진다.

C3613256-78CC-47C4-8F39-3BDED2AC96CB.JPG Porteau Cove Beach
IMG_4388.HEIC 캠프 사이트 1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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