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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Mar 19. 2023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Alice Lake 캠핑

Alice Lake Provincial Park 

캐나다 대부분의 캠핑장들은 밤 10시에서 아침 7시까지 Quiet Hours를 정해놓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발전기 등 소음을 유발하는 모든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람마다 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캠핑 문화를 갖고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은 푸짐하게 테이블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캠핑음식 준비에 진심인 것 같다. 일단 술과 삼겹살은 기본이고 집에서도 하지 않던 요리들을 선보이며 함께 맛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캐나다의 사람들은 캠핑장에서 식사를 매우 간단하게 하거나 저녁 식사 후에 바로 'Quiet Mode'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계획한 캠핑의 유흥을 만끽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Alice Lake의 나무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넓은 공간의 캠프장은 조용하게 자연을 즐기거나 새벽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푸짐한 캠핑을 원하는 캠퍼들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 이곳에서는 차 트렁크 가득 준비해 온 캠핑장비들과 무드 조명을 설치해 놓고 각종 요리나 칵테일 솜씨를 발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시즌동안 예약전쟁을 치르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Alice Lake Camp Ground
캠프 사이트 지도 - Alice Lake Park


나무 숲 사이에 종일 앉아있노라면 몇시나 된건지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시간에 쫓겨 사는 우리에게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고마운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낮술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좋은 환경 속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식들이 함께 하기에 양주 한두 병은 금세 비워진다. 

불멍과 한잔

캠핑장 바로 옆으로 Alice Lake와 피크닉 사이트가 있어서 낮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은 거리에 있는 앨리스 호수에서 패들보드나 카약/카누를 렌트해서 타거나 수영을 하는 시간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즐거움일 것이다.  


Alice Lake Picnic Area
Alice Lake 



가끔 27년의 이민생활을 돌아보면 얻은 것과 잃은 것들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이 교차할 때가 있다. 한국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난 십수 년 동안 발전한 한국의 모습과 함께한 친구들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고 한편으로 캐나다의 삶 속에서 얻게 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것이 더 잘 살아온 거라고 위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캐나다 생활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얻은 것은 모든 사고와 판단의 기준을 '나' 자신에서 시작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건강한 마음인 것 같다. 

나의 기준과 판단을 존중하기에 나이, 성별, 국적, 장애, 빈부와 같은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남도 똑같이 존중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교육이 G7이면서도 사실 내세울 것이 많지 않은 캐나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마 이들이 누리는 평화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언덕길이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패달을 밟는 노력에 축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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