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ipyard in North Vancouver
놀스 밴쿠버의 바다가를 산책하다 보면 가끔 Pier에 정박해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요트들을 보게 된다. 그러고 나면 러시아의 사업가 누구누구가 세계 여행 중에 밴쿠버를 방문하였다던가 미국의 이름난 재벌 가족이 여행 중이라던가 하는 기사들이 뜨곤 한다.
최근 들어 놀스 밴쿠버 지역에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슈퍼요트가 있다. 지난주에도 저녁 산책 중에 노을 속에 정박해 있는 이 선박의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Attessa IV라는 이름을 지닌 이 멋진 선박은 캐나다의 선박 제조회사인 Seaspan의 주인이자 미국에서도 여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억만장자 Dennis Washington 회장의 소유이다. Dennis 회장은 2022년 포브스에 선정된 세계 부자 중 하나로 순수자산 8조를 보유한 미국인 기업가이다. 실내에 호화로운 객실들과 영화관, 가라오케, 연회장 등이 갖추어져 있는 이 배의 가치는 무려 $250 Million (약 3000억 원)인데 이번에 새롭게 실내외 구조와 시설 업그레이드, 객실 공간은 물론 갑판, 헬기 착륙장까지 전체를 변경하는 공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정박 중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Attessa IV의 선체는 90년대 말, 일본에서 건조한 배로 몇 차례에 걸쳐 지금과 같은 최신식 슈퍼요트로 리빌딩된 것인데 데니스 회장은 새로운 배의 건조보다 기존의 명품 선체를 활용하는 방식을 원했다고 한다. 과거 일본의 주문 생산용 선박의 품질이 대단한 수준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놀스밴쿠버의 Pier는 1900년대부터 조선업으로 유명했던 지역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해군 함대의 1/3 정도를 건조할 정도로 번성하였던 곳이었다. 여전히 선박 건조와 수리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캐나다의 조선업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 속에 더 이상 수익을 만들 수 없는 사업이 되었다.
이 지역은 최근에 THE SHIPYARD라는 이름으로 재개발되어 호텔, 고층 아파트, 아트 갤러리와 같은 주민들을 위한 거주 및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고 카페/음식점들과 각종 문화 행사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와 역사를 함께한 기업 Seaspan 사의 옆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역을 조선소의 작업장을 연상케 하는 컨셉으로 디자인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 지역의 개발을 통해서도 캐나다인들이 역사적 유산을 개발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현대적인 생활공간으로의 무조건적인 탈바꿈이나 박물관처럼 유적지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들을 활용하여 보존하는 가운데 우리가 실제로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가는 슬기로움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