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ief & Sea to Sky Gondola
캐나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작은 도시, 스쿼미쉬(Squamish) 인근에는 주민들이 The Chief (우두머리/장)라고 부르는 Stawamus Chief Mountain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의 지명들이 좀 특이한 이유는 스쿼미쉬 원주민 언어의 발음 그대로를 영어로 옮겨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The Chief 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에서 단일체로서는 가장 큰 화강암 돌기 중 하나로 암벽등반과 하이킹의 성지이며 스쿼미쉬 원주민로부터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전설과 사연들이 가득한 산이다.
지질 학자들은 이 돌 산이 1억 년 정도 된 사화산의 뿌리로, 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빙하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의 많은 검은 줄들은 빙하가 녹으면서 화강암에 새겨 놓은 세월의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스쿼미쉬 원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때 이 마을의 영적인 지도자들이었던 세명의 형제들은 사람을 돌이나 다른 생명체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변신시킬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세 형제가 원주민들이 각종 의식과 행사를 치르던 전통 가옥(longhouse)을 바로 이 거대한 돌산으로 바꾸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때 그 가옥 안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던 모든 동물과 사람들도 함께 돌 산에 갇히며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부족의 원로들은 마을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안에 갇힌 존재들에게 대답을 얻기 위해 산을 며칠이고 계속 간절하게 바라보며 험난했던 그들의 역사를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던 머리가 둘 달린 바다뱀을 물리친 소년전사의 이야기는 Black Dyke로 알려진 이 산의 검은색 바위의 수직 균열을 통해서 소년과 뱀의 사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도 The Chief는 전통을 지키고 있는 스쿼미쉬 원주민들에게는 영적인 힘이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며 봉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이 금기처럼 되어 있다.
스쿼미쉬에서 밴쿠버를 향해 2km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Sea to Sky 곤돌라를 만나게 된다. 2014년에 개장한 이 곤돌라는 산 정상의 전망대에서 와인 한잔과 함께 캐나다의 피오르드 해변의 절경을 감상하기 원하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정상에서 연결된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The Chief와 스쿼미쉬 계곡을 내려다보는 절경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연간 20-30만명의 방문객들이 산을 손쉽게 오르게 해주는 이 곤돌라를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지는 않는 것 같다. 환경 보호자인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소행인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2019년과 2020년 한차례 씩 누군가가 곤돌라의 메인 케이블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이용객이 없는 새벽 4시에 케이블을 끊었기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땅에 나뒹구는 곤돌라에 놀랐고, 캐나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방법과 다른 과격한 방법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지금도 현상금 50만 불을 걸고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떻든지 간에 이 자연은 우리 중 특정한 누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공유하면서 그 속에 함께 살아야 할 유산이다. 무분별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람들이라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이런 개발에 과격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자연을 공유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