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달러의 경치
Moraine Lake
밴프 국립공원 주변에는 웅장한 산맥들 아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아름다운 호수들이 많다.
이러한 캐나다 로키 산맥의 자연경관들은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우며 그 웅장한 자연의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경험이 된다.
그 중에서도 모레인 레이크는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의 끝판왕으로 여겨진다. 1899년 당시 예일대학교 학생이었던 Walter Wilcox는 지도 제작을 위해 이 산을 탐험하다가 우연히 이 호수를 발견하게 된다. '빙하에 의해 밀려 내려와 쌓인 암석더미'를 뜻하는 모레인을 그대로 호수 이름으로 붙인 그는 훗날, "다른 어떤 광경도 나에게 이만큼의 영감과 자연 그대로의 위엄을 주지 못했다. 이 경관을 바라보았던 30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하며 글을 쓰기도 하였다.
Moraine Lake 전경해발 1885m에 위치한 청록빛의 모레인(Moraine) 레이크는 사람들의 발길을 아무 때나 허락하지 않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페이 빙하 (Fay Glacier)가 녹아서 만들어진 이 호수는 6월부터 10월을 제외하고는 항상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호수로 가는 좁은 길은 눈사태(avalance)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겨울에는 도로를 폐쇄하여 접근을 막고 있다. 오로지 6월에서 10월 사이에만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모레인 레이크의 아름다움은 한여름인 7,8월에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 시기에는 적어도 새벽 5시 정도에 도착해야 진입을 허락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 그마저도 2023년 시즌부터는 개인차량의 진입이 금지되고 셔틀버스의 운행만을 통해서만 방문이 가능하도록 하였다고 하니 모레인 레이크를 만나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여행에서 세번의 시도만에 결국 방문하였던 노력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캐나다화 20달러 (1969-1979 발행본)병풍처럼 펼쳐진 열개의 봉우리 계곡 (The Valley of Ten Peaks)과 그 아래 자리 잡은 모레인 레이크 (Moraine Lake)의 돈으로 살 수 없는 절경은 1969년부터 1979년 사이에 발행한 캐나다 20달러 지폐의 뒷면을 장식할 정도로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수이다.
새벽 카누와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카누렌털 사이트
Valley of Ten Peaks와 Moraine Lake의 전경이러한 제한적인 당일입장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호수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Moraine Lake Lodge를 예약하여 머무는 것이다. 1908년에 찻집으로 시작한 이곳은 세월과 함께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가 1988년 캐나다의 저명한 건축가 Arthur Erickson에 의해 지금의 자연과 조화된 모습의 Lodge로 단장하고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한 곳에서 휴식 같은 며칠을 보내며 하이킹과 카누를 타고 이 지역 최고의 요리사가 선보이는 음식까지 경험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Walter Wilcox처럼 우리도 이곳에서 보낸 30분 또는 일주일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