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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Mar 04. 2024

걸어서 세계 속으로
: Grouse Grind

인생 여정을 닮은 산행길

놀스밴쿠버에 위치한 그라우스 산 (Grouse Mountain)은 하이킹, 스키/스노보드, 스노 슈잉(snowshoeing)등 밴쿠버 주민들의 사계절 레크리에이션의 허브이다. 그중에서도 매우 가파른 경사로 인해 "자연의 스테어마스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그라우스 그라인드 (Grouse Grind)는 도전적인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하이킹 코스이다. 산 아래에서 시작하여 해발 853미터의 고도를 오르는 약 2.9 킬로미터 거의 대부분의 구간이 가파른 나무 계단과 비탈로 이루어져 있어 등산 초보자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등산로로 알려져 있다.   

Grouse Grind

 

개인의 체력 수준과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코스를 완주하는 데 1시간에서 2시간이 소요되는데 매번 이 길을 오르면서 산행의 과정을 우리가 사는 인생과 비교하게 되는 걸 보면 결코 쉬운 산행길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계속 오르는 것은 그만큼의 매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산의 입구와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그라우스 타이머라는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완주시간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기록과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각자의 체력을 점검하고 개인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작은 경쟁을 통해 산을 오르는 다른 재미와 성취감을 주고자 하는 취지의 마련이다. 


이번 시즌 완주자 명단과 시간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산 정상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밴쿠버와 태평양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이 길을 오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땀 흘린 후 산 정상의 테라스에서 마주하는 그림 같은 풍경은 자연 속에서의 겸허함과 평온함 같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기에 그 순간을 만끽하고자 한발 한발 옮기는 힘이 되어 준다.      


Grouse Grind Top

캐나다의 자연보호 지역 중 하나로서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그라우스 산에서 산행을 하다 보면 가끔 동물들을 마주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산행의 재미가 된다.  

야생 사슴과 그라우스 생태계 프로그램의 블랙 베어

인생의 여정도 가끔은 험난할 수 있지만, 그런 고난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잠재된 내면의 힘과 인내심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서는 내 기준에서의 행복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치 산행길을 오르며 발견하는 희열과 보상처럼, 한발 한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통해 우리 자신의 더 큰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Grouse Grind는 등산로가 가파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상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 길을 오르다 보면 가끔 곤돌라를 타지 않고 직접 산을 걸어서 오르는 관광객들을 만나게 된다. 밴쿠버의 관광지를 돌아보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그라우스 그라인드를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밴쿠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하이킹 코스를 걷는 반나절이 어쩌면 밴쿠버를 가장 현지인처럼 즐기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Gond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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