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남산 도서관을 다시 찾아오는데 30년이 넘게 걸렸다.
기억 속의 낡은 도서관 건물들은 이제 새로운 조형물과 디지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돌바닥 위에 나무 책상들이 놓여 있던 삭막한 공간은 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어색함을 뒤로 하고 그 추억의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옛 모습을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도서관의 한 구석에 앉아 중구난방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특권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한국의 외적인 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활 방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발전하는 한국 속에서 환경 변화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 변화에 아파하고 속상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러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들 중 하나이고.
나의 본질에서 점차 멀어져 살고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다가 때로는 속절없이 지나간 시간에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지금의 내 모습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과거의 나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며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가만히 과거의 공간에서 옛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우리가 단 한 편만 존재하는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았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이 감독이고 작가이며 주연이기에, 각자의 삶은 어떤 잘 만들어진 영화보다도 더 마음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삶의 스토리를 써 나가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각자의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며,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꾸며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앞으로 한국에 머무는 한달 동안 나의 미래를 위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미 여러 시도를 했지만 무뎌진 감정이 따라주지 않아 모두 실패했는데, 남산 도서관이 비로소 그 첫 시작점이 되었다. 이 시간들은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남산 도서관은 단순한 시작점이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