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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Feb 06. 2020

'잘 나가는' 프롭테크 기업들은 '왜' 잘 나갈까?

찰리오빠의 부동산 에세이

프롭테크(Proptech)의 사전적 정의는 부동산 산업(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용어로, 부동산 산업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말합니다. 사전적 정의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해 아직 국내에서는 프롭테크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기준(Standard)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프롭테크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더 혁신을 가져다 줄 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정부를 비롯해 부동산 산업을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프롭테크 기업과 부동산 산업의 next generation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산업은 '스마트폰', '자동차'산업과는 다르게, 국가별 지리적 특성과 산업 구성 형태, 민족성까지 반영된 요소가 크기 때문에, 같은 프롭테크 기업이라고 할 지라도 각 국가별로 각광받는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지극히 개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국내 정서와 산업에 최적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대표 기업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앱본좌,
부동산 미디어로 진화하는 직방

국내 가장 대중적인 부동산 앱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직방일 것 같습니다. 원룸이나 월세방을 찾던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아파트 시세정보와 중개, 분양 시장까지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직방은 가장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도 활발하게 진행돼 부동산 시장에서는 일종의 '미디어'로 역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부동산 관심자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음에는 분명합니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B2C 서비스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공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가공하고 시각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보입니다. 대중들에게 그동안 불투명하고 직관적이지 못했던 전국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 부동산 상품의 매매가와 전세가를 제공하고 전 국민을 '자칭 부동산 석박사'들로 만든 장본앱이기도 합니다.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직방을 보고 있자면 부동산 산업의 '미디어' 역할을 자처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현재 '미디어'로 인식할만한 다양한 채널에 부동산과 관련된 다수의 콘텐츠들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도전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직방 (출처: 직방TV 유튜브)

국내 프롭테크 시장을 개척했고, 여전히 선두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직방은 그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정보 투명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참고할 앱이지만, 미디어의 기본 속성인 '중립성'을 얼마나 지켜나갈지 관심사입니다. 다양한 부동산 콘텐츠를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은 순기능적이나, 미디어의 기본 속성인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모든 호기심을 해소하려는 
부동산 데이터 시각화의 마술사, 호갱노노

직방의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공공데이터를 가공하는 방향성이 초기 직방과 유사해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던 호갱노노는 당시 직방을 통해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사 이슈, 허위매물, 실거래가 반영 미흡 등의 이슈를 틈타 '아파트 실거래가는 호갱노노'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급격한 성장은 아니었지만 '직방과 함께 참고하는 서브앱'이라는 인식과 특정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성장하더니, 2018년 4월 직방에 인수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적자생존을 위한 MOU로 판단했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오히려 직방에 인수된 후 호갱노노 서비스의 차별화가 드라마틱하게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실거래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외 큰 차별점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던 호갱노노가 지금은 '신고가', '가격 변동', '인구', '경사/고도', '학원가', '개발호재', '외지인 비율'까지 다양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흥미로운 데이터 시각화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TMI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를 보여주지만 서비스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직방과는 또 다르다는 점이 향후의 호갱노노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재치 있는 호갱노노의 데이터 가공과 시각화 (출처: 호갱노노)


최근 지원하기 시작한 '일조량' 확인 기능은 조망권이나 일조권의 변수가 있는 단지에 주로 제공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2D를 3D로 구현하는 오픈소스를 접목한 기능으로 보이는데, 혁신적인 기능으로 평가 받을 지에 대해서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충분히 흥미를 유발하지만, 주택 구입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기능들을 집중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3D 모델링 오픈소스를 통해 일조량을 구현한 모습 (출처: 호갱노노)


기존 부동산 산업에 메스를 댄
실감형 부동산 콘텐츠 인프라, 집뷰

다수의 프롭테크 기업이 사실 직방과 호갱노노와 같이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하려고 한다면,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갖고 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도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설립 직후부터 흑자 전환해 매출과 영업 이익이 상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집뷰를 서비스하고 있는 올림플래닛이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실감형 부동산 콘텐츠로 차별화된 프롭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집뷰의 활용 사례 (출처: 집뷰)

집뷰는 부동산 공급자라고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주체인 건설사와 시행사 등과 기업 대 기업(B2B)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중에게는 브랜드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분양 홍보관이나 모델하우스에서 TV나 태블릿을 통해 3D 부동산 콘텐츠를 본 적이 있다면 아마 집뷰가 제공한 콘텐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부터 소형 오피스텔 사업지까지 집뷰가 이야기하는 실감형 콘텐츠가 시장에서 원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을 부동산 관심자라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집뷰는 이런 종류의 실감형 부동산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 콘텐츠가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뷰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실감형 가상현실 기술로 제작돼 TV, 태블릿PC, 스마트폰, 노트북 등 스마트 디바이스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콘텐츠는 부동산 공급자가 모델하우스에서 집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가 자신의 디지털 기기로 자유롭게 탐색할 수도 있으며, 중개인이나 판매인에게는 브리핑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현상이 분양 현장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고 귀찮은 전단지나 홍보물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최근에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분양 홍보관이나 모델하우스 오픈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비단 이런 특정 이슈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향후 모바일 온리 시대에 가장 빛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로 보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탐색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개념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서비스가 '누가 먼저', '얼마나 잘' 기존 부동산 시장의 이해관계자들과 어울려 저변을 확대하느냐인 것으로 보입니다. 집뷰와 같은 서비스를 잘 들여다보면, 확실히 폭발적인 잠재력이 숨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프롭테크 3.0 시대에는 기업 대상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출처: JLL)


시각차가 있을 수 있지만 공간 대여, 임대, 셰어하우스 등의 기업들도 있으나, 임대인과 임차인을 이어주는 기술이 접목되며 형성된 모습에서 크게 확장된 점이 보이진 않다고 판단돼 일단 다루지는 않습니다. 핀테크와 부동산이 접목된 P2P 등의 시장도 정책적인 부분을 비롯한 이슈가 있고, 본 포스팅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제외했습니다.




사실 국내에 '프롭테크'라는 키워드로 더 많은 세부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 때문인지 '마케팅 플랫폼', '공유 경제', '데이터 시각화'를 내세운 기업이 빛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으며, 부동산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몇몇 서비스의 저변이 더 확대돼 프롭테크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을 더 보고 싶은 것은 기분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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