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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Nov 11. 2018

갭투자의 과거, 그리고 미래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한 물간 묻지 마 갭투자,
지난 3년 간의 갭투자 성행 원인이 중요

지난 3년 간 부동산 시세 폭등으로 갭투자를 투자의 정석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갭투자는 부동산 사이클 내 나타나는 특정 현상에서 실행하는 하나의 투자법일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자세는 그동안 왜 갭투자가 성행했는지 파악하고, 앞으로를 생각하는 자세입니다. 갭투자는 왜 인기였을까요? 정말 다주택자의 농간이었을까요? 설마요. 아무리 다주택자라도 개인 단위입니다. 갭투자는 여러 상황의 조합이 만든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였습니다. 시기적으로는 2008년 이후 신규 주택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고 SOC 예산이 줄어든 정책적 영향도 있었습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는 뭔가 대책이 필요했고, 결국 2011년 5월에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부분은, 정책을 내놓을 당시 전월세 비율입니다.


2011년 부동산 침체기 상황 =
공급, 입주 물량 감소 + 청약 대기자 관망세,
높은 수준의 전월세 가격(비율)

2011년은 2018년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신규 공급 물량은 제한적이고, 각종 개발 규제로 향후 공급과 입주 물량은 감소할 예정이고, 청약 대기자들의 관망세가 예상되죠.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전월세 비율입니다. 당시 수도권 전월세 비율은 흐름이 지금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2011년 당시 전세/매매 비율(%, 수도권) :
(’09.1)39.8→(’10.1)42.3→(‘11.1)46.9→
(’11.4)49.4


전세가와 매매가 비율이 50% 수준까지 올라간 것을 '높은 수준'이라고 표현했네요. 그럼 최근 서울 지역의 몇 년간 전세/매매 비율은 어땠을까요?


2016년까지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격, 이후에는 매매가가 치고 올라갑니다 (출처: KB부동산)


정부는 2011년 거래 활성화를 위해 9억 원 미만 주택에 대해 1가구 1 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합니다. 거주 요건이 필수인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죠. 전세가가 차츰 매매가를 추격하는 와중에 2014년 1월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전히 폐지합니다. 뭔가 2011년 대책 효과가 미진했나봅니다. 이후 매매가와 전세가의 양상은 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정된 매매가를 추격했던 전세가,
매매가 급상승을 주도한 건 무엇?

2011년 세제 혜택이 담긴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 2015년까지 매매가는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전세가는 매매가를 추격하고 있지요. 당시에는 '집 사라고 권유하는 친구는 절교'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주택 가격 침체기가 몇 년 유지됐죠. 의도와는 다른 시장 상황이 전개되다보니, 정부는 2013년 4월 1일 추가 활성화 대책을 내놓습니다. 2011년 대책과 다른 점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간만히 언급하면, 첫 번째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LTV는 70%까지(지금은 투기 지역 기준 30%까지 규제가 심해졌습니다), DTI는 금융사 자율에 맡겼습니다. 더불어 취득세도 당해에 있어 면제했고요. 두 번째는 IMF 이후 다시 등장한 신규/기존 주택의 양도세 감면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수요 창출 대책이었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신의 한 수가 있었는데요, 바로 다주택자의 청약 1순위 자격 부여였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수요 창출 대책이 있었으나, 당시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2011년부터 약 3년 간은 주택 매매가 상승 기대심리는 줄고, 집 값 하락 예측 심리 확산으로 전세 수요가 전세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감면과 다주택자의 청약 1순위 자격 부여는 매매가를 상승시키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큰 것 한방'이었죠. 언급한 2013년 4.1 대책 이후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 부동산 가격이 반등합니다.

2013년 4월 이후 반등에 성공한 부동산 시세 (출처: 4.1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시장의 동태적 변화, 김덕례)

2013년 4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공급 확대와 수요 촉진 정책 투하는 결과적으로 신규/기존 주택 구입 희망자의 주택 매수 의지를 부추겼고, 자연스럽게 주택담보대출건 증가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매수 또한 부추겼습니다.


2015년, 갭투자의 모든 조건이 구축

다수 일반인이 여전히 매수에 비관적이고 전세를 선호했던 시장에서 2015년부터 매매가도 급격하게 상승하는데요, 주택 공급과 수요 측면을 포함해 갭투자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던 외부 요인이 있었습니다.

갭투자는 다주택자의 악성 의도가 아니라, 상황이 만든 결과 (2015 4/4분기 KDI 부동산 시장 동향)


2014~15년 지표를 하나씩 보면 먼저 인/허가 물량이 증가합니다. 답답했던 주택 공급에 기대감이 형성됩니다. 전세에 대한 수요는 많은 상태에서, 2011년과 2013년 연달아 수요 진작 대책이 나오면 매수세도 형성됩니다. 다만, 여전히 전세 수요가 많아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세가 상승률이 더 급격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5%에 육박합니다. 이 말은 2015년 당시 서울 주택 매매가 4억 원 기준 전세가가 3억 원이라는 의미로, 1억 원만 있으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평균가가 이 정도라면, 갭이 더 적은 지역이 있었을 테고, 환경 자체가 갭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선언했고,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합니다. 돈 빌리기는 쉽고, 이자는 낮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좁습니다. 다주택자의 탓이 아니고, 상황이 갭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습니다.


2018년이 2015년과 다른 점,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한 갭투자

최근 몇 차례 애매한 자산(4억 원~6억 원 대)을 가진 신혼부부가 갭투자를 통해 '똘똘한 한 채'를 갖고자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의 '똘똘한 한 채 매수 전략'은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대출을 끼거나 갭투자를 통해 매수하려는 전략은 지금 위험합니다. 갭투자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위에서 한참을 언급한 제반 상황이 마련됐을 때 시도할 수 있습니다.


2015년과 비교해볼 때, 2018년은 여럿 다른 상황입니다.

시세를 이끌었던 서울과 수도권 지역 신규 아파트 단지 공급 축소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60%대로 안정화 기조

미국 금리인상 여파가 국내 시중금리에 반영돼 대출 금리 인상, 이로 인한 주담대 등 대출 감소

무엇보다 투자 목적 주택 매수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


갭투자 기회가 또 올까? 지금부터는 정말 개인 사견입니다.

매매 심리 위축과 전세 심리 증가

- 2011년부터 형성됐던 것과 유사하게, 매매 심리는 위축되고 전세로 다시 입주할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져서 살 엄두가 안 난다는 점이죠. 매매가와 전세가 비율도 적정 수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헬리오시티를 시작으로 신규 대단지 입주 물량의 전세 수요가 중요해졌습니다. 고덕, 둔촌주공 등 동남권 물량과 강남 재건축 시세 등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전세 대란으로 1억 원씩 내려 세입자를 구한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신규 아파트 선호 트렌드를 볼 때, 중기적으로 전세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충분히 높은 매매가와 상승 여력이 있는 전세가, 갭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신규 대장주 근처 주택 가격 상승

- 오래된 주택이 많은 서울과 광역시인만큼, 향후 공급되는 신규 단지는 그 자체로 프리미엄을 갖고 해당 지역의 시세를 강하게 형성합니다. 다만, 여전히 시세가 높은 수준이라면 대장주를 매수하는 것보다는 대장주 근처 단지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매든 전세든 주택 수요는 가격 상승을 초래합니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서울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꾸준한 수요가 창출될 지역의 오래된 구축은 갭투자의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입지 가치로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은 적습니다. 다만, 그런 지역들은 학군, 직주근접 등의 이유로 꾸준한 수요가 창출된다면 중기적으로 상승해 매매가와 갭을 줄일 수 있겠죠.


생각보다 빠른 수요 진작 정책

- 2011년과 이유는 다르더라도, 2018년 역시 매수가 쉽지 않다는 인식인 점은 공통입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주택 가격 안정화를 이룬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현재 국내 경기 상황을 봤을 때, SOC와 건설업 부양밖에 답이 없다고 한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규제 완화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경기 상황을 봤을 때, 2018년 우리나라 수출은 역대급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한 반도체 수출 호황 덕분이었죠. 최근 중국의 반도체 공장 설립 속도가 무섭습니다. 완공되면 세계 반도체 공장의 5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반도체도 위기가 거론될 시기입니다. 미국 S&P500을 이끌며 세계 주식 시장에 기대감을 줬던 FANG은 서버 증축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생산 라인을 축소했습니다. 거시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호재가 없습니다. 가구 단위의 미시 경제를 봐도, 고소득자 외 가처분 소득이 정체된 점,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은 2019년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흔히 꺼낸 카드는 SOC 투자와 건설업 부양이었습니다. 이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국토부에서 발표할 추가 대책에 GTX-A라인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게 언급될 것을 생각해보면, 정부 입장에서도 유동성 자금 경색은 피하고 싶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빙하기를 맞을 경우, 기조를 약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이 섞여 있습니다. 남들이 갭투자로 돈 벌어서 배아픈 사람이 많아진 지금, 과거를 돌이켜보며 다시 돌아올 사이클을 대비할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소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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