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by Charlie Sung

식당 운영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아들의 말에 주인장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장어구이집만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입장에서는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라도 돌리고 싶을 뿐이다. 아들이 4년간 대학에서 얻은 건 초라한 공인 영어 점수 몇 개와 졸업장뿐이었다. 그런데도 아들은 서울에 가서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어제 뿌린 독한 향수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은 장어 비린내도 싫고 서울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촌뜨기 취급도 싫다고 했다. 아들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말이 ‘시골에 살아서 좋으시겠어요.’란다.

주인장은 직장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주워들은 말을 애절하게 풀어 본다. 마흔이 넘어서 성공한 인생이란 싫어하는 인간 얼굴을 매일 마주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한다. 근데 직장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옥 같은 경쟁 때문에 동료들도 미워지고 생사여탈권 쥐고 착취하는 상사도 겁난다고 한다. 그런 인생이 어떻게 성공한 인생이냐며 손님으로 꽉 찬 식당을 가리킨다. 자연상 장어만 우직하게 구워 낸 진심이 만든 바로 이것이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은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 바닥을 동동 구르다 문을 뒤로 세게 닫고 나가 버린다.

식당 저 구석 중년들로만 이뤄진 테이블로부터 고성이 들린다. 자연상 장어는 이렇게 푸석푸석하지 않다느니 양식도 이것보다 맛있겠다느니 잔뜩 시비조다. 검지 손가락으로 경멸하듯 모든 반찬 그릇을 튕기면서 반찬도 죄다 조미료 맛이 난단다. 이렇게 사람 속이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망해야 된다고 소리친다. 친구들이 말려도 소용없다. 그는 최근에 사별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주인장은 한 걸음에 내달아 취한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고 비틀어 버린다. 소싯적부터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장사라 사내는 컥컥 숨을 바로 쉬지 못한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이 집 장어는 자연산이니까 먹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 취한 사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주인장의 얼굴을 반찬 그릇 하나가 예리하게 타격한 것은 바닥에 꽂힌 사내가 울기 시작했을 때였다.

동치미 국물과 하얀 무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국물 시뻘건 무조림이었다면 피가 낭자한 난투극으로 보일 뻔했다. 누구라도 경찰을 부를 수 있는 그런 폭력 현장이 됐을 것이다. 동치미 국물 그릇을 집어던진 주인공은 두 시간 전쯤 이미 만취해서 엎드려 자던 중년 테이블의 일행이었다. “개새끼들아. 피아식별 좀 제대로 하고 실자.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새끼들끼리 왜 치고받고 싸우고 지랄이야! 이러니 천대받고 사는 거 아냐. 이러니 자꾸 우리끼리 싸움 붙이는 거 아니야. 제발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 좀 하고 살자!” 대체로는 웅얼거림 수준이었지만 본인은 일갈에 준하는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듯이 다시 테이블 위로 곯아떨어졌다.

중년 테이블의 남은 두 명이 주인장에 친구들을 대신해 정중히 사과하고는 취한 두 명의 뒤처리를 했다. 사별한 사내는 계속 울었고 일갈한 사내는 의식이 희미했다. 일갈한 사내의 옆구리에 한 손씩 집어넣고 일으켜 세우면서 두 사내는 속삭인다. “야, 이 새끼 진짜 지독한 새끼야.” “왜? 술 많이 마셔서? 원래 많이 마시잖아.” “아니, 이 개새끼가 오늘 장어 꼬리 다 처먹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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