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리 출판사 창업일기 #24
안녕하세요 채리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오겠다고 해놓고선 이제야! 그간 무기력+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이제 글을 좀 쓸 때가 된 것 같아 뒤적거리다 다시 브런치에 왔어요. 헤헤. 글은 써놓고선 업로드를 안.. 못했어요. 진짜예요 써놓긴 했는..
그렇게 해서 북커버 가방의 디자인의 초안을 잡게 되었어요. 지금은 안정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초반에는 가방 끈의 방향을 반대로 해두는 바람에 책을 읽기 불편했어요. 당시 저의 창업활동을 이끌어주시던 멘토 분이 계셨는데, 엉뚱하게 가방을 디자인하고 있던 저를 보고 참고할 자료들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덕분에 형태에 대한 고민은 쉽게 정리되어서, 제작만을 앞둔 상태로 여름을 보냈습니다.
제가 작년에 두 건의 지원사업을 수행했는데요. 첫 번째는 예술인 지원사업이었고, 두 번째는 창업 지원사업이었어요. 예술인 지원사업은 그야말로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이라서 책을 제작하는 데 비용을 쓸 수 있었어요. 그래서 ‘맛집’이라는 책을 제작할 수 있었고요. 창업 지원사업은 사업 아이템을 설정해서 그에 대한 성과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창업 중에서도 콘텐츠 분야에 해당해서 저는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책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캐릭터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친구들이 ‘책에 진심인 토끼들, 이유없음’ 캐릭터인데요. 이 토끼들의 모습도 초반엔 엉뚱하기만 했습니다. 핫도그와 토끼를 결합한 핫도그 토끼, 거북이와 토끼를 결합한 거북이 토끼 등, 재미있는 요소는 있었지만, 그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죠. 저는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 트렌드를 따라서 더 단순한 형태로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전체 이미지를 수정했어요.
아마 한눈에 보기에도 전자보다 후자가 좀 더 단순하고 귀여운 느낌이라고 여겨지실 것 같아요. 일단 저는 그랬거든요. 그렇게 캐릭터를 수정하고, 이 캐릭터로 만화를 그리고 굿즈를 제작했습니다. 굿즈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들은 없었고 스티커나 엽서 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였어요.
그리고 저는 대망의 마지막 굿즈를 제작해야 했습니다. 전체 지원사업 금액 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도 했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했어요. 바로 북커버 가방이었죠. 처음에 캐릭터로 시작했기 때문에 캐릭터 키링 같은 제품을 같이 만들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예산도 충분치 않아서 거기까지 제작을 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가방은 캐릭터는 빼고 보다 단순하고 심플한 형태로 제작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원단이었어요. 어떤 재질로 만드냐에 따라서 가방의 이미지도 달라지고, 이용자층도 달라질 거라 생각했거든요. 원단은 고민을 하다 도내 업체로부터 수급을 받았는데요. 제주도 호텔에서 쉽게 버려지는 호텔 침구를 활용하여 재생 원단을 만드는 업체가 있어서 제격이다 싶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생각보다 원단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어요. 문제는 제작 업체였는데요. 아무래도 제주도 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아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군데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몇 군데 견적을 요청하고 나서 답변을 기다렸는데, 가장 친절히 응해주었던 곳과 거래하기로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처음 가방을 만들어 보는 거라 걱정이 많이 되어서, 호의적인 곳과 거래하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제작 업체까지 마음속으로 정하고 난 뒤에, 서울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샘플로 구매한 원단 한 마를 가슴에 품고서요. 그 천이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줄을 꿈에도 모른 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