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채리 Jul 24. 2024

출판사에서 왜 가방을 만드나요? 3탄

김채리 출판사 창업일기 #25

안녕하세요 웬일로 일주일 만에 돌아온 채리입니다.

거의 1년이 지난 일을 떠올려 쓰려니 기억이 점점 가물가물해집니다.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이렇게 반성만 하면서 하루를 엉겁결에 보내네요.


제가 결정한 업체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브랜드의 가방을 제작했던 곳이었어요. 제작 업체가 있는 곳은 가산디지털단지였는데요. 높은 회사 건물이 즐비해있는 거리를 보고 오래전 스펀지밥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징징이 시티’가 떠오르더라고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평일 근무시간이 아니었을 때 방문했던 터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메롱 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무튼 엉뚱한 생각을 하며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통화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뵌 사장님은 의외로 친근하고 친절한 분이었어요. 지원사업을 통해 대금을 지급할 거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셨고, 그에 필요한 제반 서류도 맞춰서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가방은 난생처음 만들어 보는 데다가, 낯선 도시와 동네에 가서 큰돈을 맡기려니 부담도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지원사업으로 가방을 만들러 왔던 다른 분들 이야기도 해주시고, 어쩌다 인생 상담까지 하게 되어서 정말 안심이 많이 들었었죠.     


제가 나름대로 그려간 가방 시안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해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복잡한 구조로 만드려던 건 아니었어서, 길이나 폭을 정확히 기재해서 갔던 게 도움이 됐어요. 참고로 했던 다른 북커버도 보여드리고, 가방에 추가하고 싶은 수납공간도 적절한 크기로 고민해 주셨어요.     


여기서부터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결정하는 대로 가방이 만들어지는 단계였어요. 로고는 어느 정도 사이즈로 할 건지, 자수 컬러는 어떤 색으로 할 건지, 주머니 크기와 위치는 어떤 곳인지 세부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제 경험치는 많지 않아도, 제작업체 사장님의 노련함으로 딱 맞는 지퍼도 달고, 가방끈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선택해서 샘플을 만들 수 있었어요.     


샘플을 제작하는 데만 해도 2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서울에 갈 일이 계속 있던 터라 샘플을 직접 받으러 갔어요. 그때 처음 가방을 건네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베이지 색의 천 컬러와 잘 어울리는 파란색의 자수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가방은 아니었지만, 저의 기획과 설계(?)를 바탕으로 탄생해서인지 자식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샘플 제작비가 상당했지만요.     


초기 버전에는 자수 컬러가 너무 밝아서 튀는 느낌이 있었고, 앞 뒷면이 잘못 박음질되는 바람에 구상했던 느낌과 살짝 다르게 제작되었어요. 또 실제로 책을 넣어서 사용해 보니 불편한 점이 몇 가지 발견되어서 가방 끈을 조정하거나 하는 세부적인 변경사항을 다시 전달드려서 2차 샘플을 제작했습니다.     


2차 샘플을 받았던 날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작년 10월 퍼블리셔스테이블 행사를 할 때였죠. 퀵으로 물건을 받기로 했는데, 행사장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고 길이 복잡해서 한참 헤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퀵 서비스를 하던 직원분도 저도 계속 주변을 맴돌다가 결국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에서 만났었어요. 사장님 잘 계시죠? 그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는데도 싫은 티 없이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꺼내 열어보니! 원하는 컬러로 로고 자수가 예쁘게 잘 나왔더라고요. 로고는 ‘책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에서 딴 ‘이유없음’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는데요. 다른 요소 없이 로고만 작게 놓여 있어서 단정한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 사전에 가방을 리뷰해 주신 다른 분들이 꾸미기에 좋을 것 같다고 칭찬해 주시기도 했죠.      


그날 북페어를 도와주러 왔던 친구와 2차 샘플을 만져보면서 진짜 진짜 최종최종의 보완할 점을 정리했어요. 펀딩 마감도 얼마 남지 않았고, 본 제품 생산에도 1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해서 한 시가 급한 상황이었죠. 다음 날 아침 행사 시작 전 다시 업체 사장님을 만나서 최종! 수정사항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고 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전 24화 출판사에서 왜 가방을 만드나요? 4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