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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러워서 내 차 같지 않았어.

칭찬이야.

by 보라보라


결혼 전 내가 끌었던 빨간 모닝이 한동안 우리 부부의 애마였지만, 동생에게 모닝을 넘긴 후 우리 부부에게 새 차로 GTI가 왔다. 그 GTI가 우리와 함께 한지 벌써 4년이 되어가고 있다.


GTI.jpg 우리 GTI 처음 만났던 날


우리에게 GTI가 온 후 치즈군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건 바로 세차 취미!!


처음에는 늘어나는 세차 용품과 동호회 모임이 잦아져서 치즈군의 취미를 경계했었다.

하지만, 동호회 사람들을 알게 된 후 발이 넓어진 치즈군의 모습과 세차 고수가 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뿌듯했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취미로 제일 덕을 많이 본 사람은 바로 나다.


난 아직까지 GTI를 한 번도 세차를 한 적이 없다.

내가 더럽다 생각하기도 전에 항상 치즈군이 닦고 또 닦아주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의 회사 동료들도 치즈군의 취미를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주차장에서 회사 동료들과 마주치면 항상 말한다.

"아니, 차가 맨날 깨끗해? 남편이 맨날 세차하는 거야?"

"아뇨. 지금 세차한 지 일주일 넘은 거예요. 남편 눈에는 이것도 지저분해 보일걸요."


새로 차를 뽑은 동료에게 다들 신차 구입을 축하할 때 난 다른 인사를 건넨다.

"저희 신랑이 이 세차 용품 선물하라네요~. 신차 뽑은 거 축하해요. ^^"

"안 그래도, 신차라서 세차 용품 뭘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마워~"




그런데 지난번 빗길 운전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차가 엄청 지저분해졌다.

평소대로라면 치즈군은 짬을 내서 물이라도 뿌린다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잠잠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안 된다.

치즈군 스타일이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은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난 별말 없이 지켜보았다.

지저분한 차로 3일 정도 지나니 난 기다렸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치즈군 "퇴근길에 우리 세차장에 들려서 간단하게 세차해도 돼?"

"응! 급한 거 없으니깐 해. 난 오늘 도서관에서 책 빌린 게 있어서 그거 보고 있을게."

(세차하는 그를 도와주고 싶지만 나의 어설픔에 일을 더 만든다. 그래서 난 세차장에서는 그냥 차 안에 있는다.)


민섭세차뒷모습.jpg 휠도 열심히 닦고 있는 치즈군


초간단 세차를 한 후 집에 도착해서 GTI를 보니 내 마음도 깨끗해진 것 같았다.

아이고~ 우리 GTI 이제 깨끗해졌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분이 좋았다.


세차 후 기분 좋은 치즈군이 내게 말했다.


"금방 깨끗해졌지! 세차 고수지!"


"어, 잘했어. 며칠 동안 차가 너무 더러워서 내 차 아닌 줄 알았어~"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자기야, 누가 들으면 자기가 세차하는 줄 알겠어. 저기요. 한 번도 세차 안 하신 분이잖아요."


"ㅋㅋㅋㅋㅋ 그런가, 맨날 흰 얼굴만 보다 오래간만에 검정 얼굴 보니 내가 답답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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