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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마사지기.

by 보라보라


얼마 전 치즈군이 목이 뻐근하고 아파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이것저것 찾아보다 거북목 교정기를 구입했다.


쇼핑의 맛과 함께 신제품을 사용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치즈군은 매우 즐겁게 택배를 받았고, 그날 신나게 제품 테스트를 하면서 너무 좋다고 한껏 기분이 올라가 있었다.


기분 좋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약해 보이는데 괜찮은가 봐~ 좋아?" "튼튼해! 이거 너무 좋은데~ 자기도 해봐."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갈 적마다 건강 기구가 한 개씩 새로 들어와 있었다. 어른들도 할아버지 댁에 가면 이것저것 마사지를 받기도 하고 나도 신기한 마음에 전신 안마 의자에 앉아 보기도 했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할아버지는 병원 다니시는데 왜 저런 기구도 사? 많이 아프면 그냥 병원에 입원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냐?" 엄마는 "글쎄. 할아버지는 집에서도 마사지받고 싶으신가 봐."라고 답해줬다.


그런데 요즘 친정에 가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간이 안마 의자, 전신 안마 의자, 손 마사지기, 저주파 자극기, 파라핀 치료기 등 여러 가지가 보인다. 이 제품들은 부모님이 필요해서 구입한 것도 있고, 우리가 선물로 드린 것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친정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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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 부부는 어떤가.


언제 이렇게 늘어난 거지 싶을 정도로 우리 집에도 여러 가지 건강 기구들이 있다. 치즈군은 몸 쓰는 일을 하는데 그에 따른 근육통이나 허리 통증이 많아 치료나 통증 완화를 위해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래는 그에 얽힌 일화들.



1. 수동 목 안마기.

치즈군과 마트에서 구입하게 된 저렴한 녀석이다. 집게처럼 목을 감싸서 꾹꾹 눌러주는 안마기다.

치즈군이 친구네 가서 해봤는데 너무 시원했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카트에 넣길래 그냥 모른척하고 사줬다. 꺼내 쓰기 편하고, TV 보면서 하기 편해서 그런지 나름 잘 쓰고 있다.



2. 저주파 자극기.

치즈군이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한 녀석이다. 한의원 가서 치료할 때 몸에 붙인 패드에서 전기 자극이 오면서 근육이 떨리거나 조여지는 그런 안마기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나도 어깨 근육통으로 아파할 때 치즈군이 붙여줘서 써봤는데 의외로 괜찮은 녀석이다. 구성이 간단하고 자리도 적게 차지해서 밉지 않은 녀석이다.

하지만 전기로 동작하는 제품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치즈군의 안마기 지름이 시작되었다.



3. 종아리 마사지기.

이 녀석은 치즈군의 리스트에 들어가진 않는다. 온전히 내 필요에 의해 구입했다. 내 개인적인 콤플렉스 때문이긴 하지만 잘 차려입은 여자가 지나갈 때 보통 다리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늘씬한 다리이고 싶은 욕망과 다리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작은 희망으로 구입하게 됐다. 꾸준함과 성실함은 날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 5회 이상 사용하고 있는 종아리 마사지기다. 적고 보니 이건 내 물건이다.



4. 전동 목 어깨 안마기.

치즈군은 마트 갈 적마다 가전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꼼꼼히 돌아보는 편인데, 마치 남편들이 옷을 고르는 와이프를 못 견뎌하는 것처럼 난 그 코너를 빨리 지나친다. 어느 날 치즈군과 함께 교보문고를 갔는데, 거기서 발견한 녀석이다. 치즈군은 큰소리로 "이거야! 죽인다! 으어~~~" 하며 자기가 하고 나선 내 어깨에 얹어주며 안마를 받게 했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너무 창피해서 구입을 허락한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일 사용이 뜸하다. 좋다고 해놓고선.. 치즈군에게 물어보니 시원하긴 한데 무겁고 유선에다 선이 짧아하는 동안 불편하단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팔아버리고 싶은 녀석이다.



5. 손목 통증 완화 운동기구.

치즈군이 어느 날 내게 깜짝 선물을 줬다. 뭐지? 사이즈가 딱! 팔찌? 손목시계가 들어있을 것 같은데!! 설레는 마음에 열어 본 박스에는 내 손목 통증 완화를 위해 구입했다는 운동기구가 들어 있었다. 야구공 같은 볼 안에 돌아가는 바퀴 같은 게 도는데 그 원심력으로 손목에 무지막지한 무게를 느끼게 해 준다. 건전지도 필요 없는 그 녀석을 손에 쥐고 손목으로 돌리다 보면 예쁜 불빛까지 들어오는 녀석이다. 하지만 난 이 녀석을 쥐는 것도 힘들고, 내가 기대했던 선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관심이 안 간다. 그나마 작은 녀석이라 침대 머리맡에 보관 중이다.



6. 폼 롤러.

이건 내가 스트레칭을 위해 구입했다. 동생 집에 갔다가 폼 룰러 매력에 빠졌었다. 이 녀석은 요즘 주 4회 이상은 스트레칭할 때 잘 쓰고 있다. 여러 기구 중 제일 맘에 드는 녀석이고, 심지어 종아리 스트레칭을 하면 종아리 마사지기보다 훨씬 강한 자극으로 아프지만 너무 시원하고 날 꿀잠 잘 수 있게 해 준다.



7. 거북목 교정기.

치즈군이 모바일 쇼핑으로 구입한 기구로 자신은 중국산이 아니고 국산으로 구입한 거라고 좋아했던 기구다.

그런데 정작 도착한 기구에 정확하게 쓰여있었다. made in china. 거기다 중국어로 설명서까지.

베개처럼 베면 목과 머리를 해먹처럼 매달아서 쭉 늘여주는 자가 견인치료기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약해 보이는데 치즈군은 꽤 마음에 들어하면서 대략 10분 정도 사용하는데 그때마다 치즈군은 잔다. 그럼 난 망설임 없이 잠든 치즈군을 깨운다. 절대 그 자세로 오래 잘 수 없으며, 괜히 그대로 두었다가 기구도 금세 망가질 것 같아서.. 은근 자리를 차지하는 이 기구는 과연 얼마나 사용하려나 두고 보고 있다.



나열하다 보니 각각 사연도 다양하다. 또, 언제 이렇게 많이 구비하게 된 건지 과거의 나에게 묻고 싶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 친정집, 그리고 우리 집 공통점은 건강 기구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이겠지만. 당연한 수순인가 싶어서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다.


"남편! 이러다가 우리 집 마사지 샵 될 것 같아! 올해는 거북목 교정기로 끝이야! 그만 사. "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마도 남편은 건강 기구의 끝판왕 전신 안마 의자가 들어와도 만족을 못 할 것이 분명하다. 그전에 넓은 집으로 이사 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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