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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Oct 10. 2020

어쩌다 시작된 가족 회사.

어릴 적 나는 사이좋은 부모님이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같이 일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 

대신,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을 옆에서 보고 자라면서 사업은 어렵고, 난 사업을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막연한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현재 난 아빠의 회사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고 있다. 



© mwitt1337, 출처 Pixabay



월급을 받는 직원이자 거기에 운영의 무게까지 함께 짊어지고 일하고 있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 부부가 처음부터 함께 일한 것은 아니었다.     


난 일반 회사원이었고,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고, 회사가 멀어서 힘들었다. 결혼 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만두었다. 이후 난 가임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힘들었다. 그래서 일 년 정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쉬게 되었다. 그 사이 난 업무 분야를 바꾸기 위해 자격증을 공부했고, 이후 그 분야 쪽으로 취업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는 집 근처로 구하게 되었고, 새 업무로 새로운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빠 회사에 사람이 필요했고, 부모님의 연세도 있고 남편 역시 내가 오길 바랬다. 그래서 어렵게 입사해서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빠 회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남편 역시 일반 회사원이었다. 나랑 연애하는 도중 다니던 회사와 갈등이 생겼고, 그때 남자 친구인 남편과 우리 아빠의 생각이 일치하여 아빠 회사로 남자 친구는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남자 친구는 나와 결혼하게 되었고, 현재 아빠 회사에서 일한 지 9년 차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아빠 회사에 합류하면서 우리 부부는 한 곳으로 함께 출근하게 되었고, 우리는 한 사무실에 같이 일하는 부부가 되었다.  벌써 햇수로 3년 차가 되어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은 영업 업무로 외근이 있다는 것이다. 외근이 없었다면 우리는 정말 24시간 함께 있는 부부가 될 뻔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천만다행이다.”하는 것 같다.      


어느 날 외식을 하는데 주변 테이블에서는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르지만 서로의 대화가 밥을 먹는 내내 이루어지고 있었고, 우리 부부는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서 밥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웃었다. 둘 다 같은 마음이었다. 

“이제 우리 대화할 게 없네.” 동의했다. 

점심시간에는 주로 업무 이야기를 하고 저녁시간에는 친구 이야기나 TV 이야기를 하는 우리 부부가 되었다.      


그때 생각했다. 

어쩌다 우리 부부가 함께 일하게 되었을까. 

우리 부부는 싸운 게 아닌데 말없이 밥 먹는 커플이 된 걸까.

나도 남편도 각자의 일하는 스타일까지는 모르고 싶지 않았을까. 

TV를 보면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은 일과 가족 사이 행복할까.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것을 추천할 만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가족이 함께 일하려는, 부부가 함께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알려주고 이런 모습 저런 모습도 있으니 잘 생각해보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쩌다 같이 일하는 부부, 가족이 일하는 일상이 3년째 되는 우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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