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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Feb 04. 2021

잃어버린 인연.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 3학년 여름방학 때 부천으로 이사를 왔다.

내 고향이자 시골에서 살았던 그때 사귀었던 친구들은 지금 모두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시골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에게 대한 기억은 깃털처럼 가볍고 잡으려고 해도 아련하게 잘 잡히지 않는..

도시에 적응하기 바빠서였을까. 기억이 두리뭉실하다.

그중 지금이라도 연락하고 싶은 친구가 한 명 있다.


© sammanns94, 출처 Unsplash



그녀는 나와 동갑이고 3남매 중 둘째였다.

오빠와 남동생 덕분에 그녀의 성격은 조금은 와일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번 놀리는 오빠 때문에 내가 그녀 집에 놀러 갔을 때도 한바탕 싸우기를 몇 번을 했는지..

시골에서 그녀와 나는 단짝은 아니었다. 부모님들끼리 친하셔서 우리도 친해진 격이라고 할까.


그리고 기억나는 건 그녀의 이름이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며, 이름 풀이로는 진통으로 병원 가는 길에 태어난 여아였다.


그래서 그녀는 내 이름을 부러워했다.

자신의 이름은 촌스럽다고, 그때 나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너의 이름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어."

그때 그 대답은 진심이었고, 지금 그녀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녀의 이름은 잊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 부모님과 그녀의 부모님은 역시 각자 도시로 떠난 후 자연스레 소식이 뜸해지셨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그녀의 목소리다.


2012년 결혼식 날 많은 하객들 중 그녀의 부모님이 오셨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녀의 부모님도 너무 오랜만이라 아주 반가워하셨다.

나 역시 신부 대기실에서 그녀의 부모님을 뵙을 때 너무 반가웠다.

많은 인파 속 내 친구 부모님을 뵌 건 처음이었기에, 그리고 내 시골 친구였기에 더더욱.


그리고 그녀의 아빠는 내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oo 이는 진작 결혼했어. 지금 애 낳고 몸조리하느라 못 왔어."

"아저씨, 왜 연락 안 주셨어요. 저라도 결혼식 갔을 텐데.. oo이 아기이라고요? 너무 이뻐요~."

"oo이랑 통화 한번 해봐. 내가 걸어줄게."


그리고 그녀와 몇 년 만에 첫 대화였다.

"보라야, 잘 지냈어? 결혼 축하해. 내가 가봐야 하는데 못 갔어. "

"oo아, 왜 결혼 소식 안 알려줬어! 그럼 가서 봤을 거 아냐~ 아기 너무 이쁘다. 몸조리 잘하고 다음에 내가 연락할게. 그때 꼭 보자!"

"그래, 보라야 결혼 축하하고 다음에 우리 아기 보러 와."


신부대기실에서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통화하고 끊었던 그때.

난 결혼식에 정신없어 그녀의 연락처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부모님들끼리 연락도 완전히 끊어진 상태다.

지금 생각하니 참 미안하다. 내가 챙겼어야 하는데..

내가 미안함이 커서 그리운 친구 중 제일 먼저 생각나는 친구인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친구들 이름 중 가장 기억나는 이름이자 나의 시골 친구.

내가 기억 못 하는 시골에서 내 모습을 기억해 주는 친구.

중학교 입학하기 얼마 전까지 편지로 주고받았던 내 시골 친구였는데 말이다.


왜 그리 무심했을까.

20대 때는 왜 아이러브스쿨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 볼 생각은 안 했을까.

나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 같아 미안함이 크다.


야무진 성격의 그녀는 아마도 지금 아이들의 좋은 엄마로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글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니 다시 이곳저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봐야겠다.

혹시 그녀가 SNS를 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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