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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Feb 10. 2021

공기 한 모금 물기.


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내 나이다.

아 올해는 몇 살이지. 벌써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치 내 나이를 모르고 있던 사람 같은 반응이랄까.

그런데 남들의 나이도 요즘은 잘 모르겠다.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어쩜 그리 얼굴과 몸매들을 잘 관리했는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이때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동안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내가 보고 자란 어른들의 그 나이쯤에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가수 박진영만 봐도 누가 50대로 보겠는가.

가수 비만 봐도 아직도 20대 때의 얼굴이 남아있다.



연예인들은 달라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은 주변 일반 사람들도 참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유튜브 하는 일반인들도 어쩜 그리 얼굴에 잡티도 없고 뽀송한지.

어릴 적 어른들을 보면 대충 이 연세 정도 되지 않았을까 했던 추측들은 잘 맞았다.

그때는 어른들의 보통의 모습이나 어떤 특정 행동이나 단어를 듣고 그분의 나이를 가늠했듯이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많이 느낀다.

난 어떤가. 나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작년 가을 어느 날 여경 두 명이 사무실에 들렸다.

난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세요?"

"안녕하세요. 근처 지구대에서 나왔어요. 혹시 여기 40대 여성분 계실까요?"

"아뇨. 없어요. 저도 아니고요. "

"아.. 아니실 것 같았는데 혹시나 했어요. 혹시요 주변에 40대 여성분 계시면 알려주실래요?"

"왜 그러시는데요?"

"부녀자 안심귀가 때문에요. 40대 여성분들 참여가 필요해서요."

"아, 그런가요. 주변에 있으면 여기 지구대로 가보라고 할게요."


이런 대화를 나누고 돌아가는 여경을 보고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뭐야. 내가 40대로 보였던 거야?? 나 아직 한 살 남았는데!!'

그리고 황급히 거울을 봤다.

아.. 앞머리가 없어서 그런가.

앞머리 거지 존을 지나 겨우 길렀는데.. 피부도 푸석푸석해서 내가 벌써 40대로 보였던가.

한참 거울을 봤었다.




내 경험에 비춰 이런 마음을 알아서 그런지 나는 가끔 상대방에게 동안이다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상대방도 엄청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이.. 그 숫자일 뿐이야라고 호탕하게 말하지만 동안이라는 말에 왜 그리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건지.


오늘도 거울을 보며 입에 공기를 한 모금 물어 복어 입을 만든다.

팔자 주름아 더 깊어지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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