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시원하게 말했을 때 듣는 이보다 말하는 이의 마음이 더 홀가분하고 시원했겠지!
나 역시 내가 힘들 때 찾아가는 대나무 숲이 있다.
나만의 대나무 숲은 동해 바다다.
여기서 동해 바다는 서해 남해도 아닌 동쪽에 있는 바다를 뜻한다.
특히 좋아하는 곳은 낙산 해변, 경포 해변 등 그쪽 라인으로 쭉~
오죽 답답하고 힘들면 그 먼 곳까지 달려가겠는가.
평소 의견 차이로 다툼이 있더라도 나의 생각이 나 의견이 또는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서 내 입장을 상대방에게 다 표현했다면 난 홀가분하다.
그리고 내가 틀린 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사과를 하고, 내가 맞는다면 상대가 인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 쿨내 나게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날 밤 아주 평온한 듯 꿀잠을 잔다.
대부분 이렇게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관계의 어려움으로 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외부적인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내가 신경 써야 하고 불편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럴 때는 내 멘탈의 가장 밑이 어딘지 모르게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이런 상태가 되기 전 치즈군이나 가족들에게 또는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는 그냥 주말에 떠난다.
이럴 때 내가 "동해 가자." "강원도 가자." 하면 치즈군은 아무 말 없이 새벽이든 밤이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전을 해준다.
내 인생의 동반자가 나의 답답함을 알고 무언의 동의로 함께 행동해 줄 때 참 고맙다.
그래서 몇 시간 후에 만나게 된 동해바다를 보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앉는다.
저 끝은 바다 끝이려나 싶을 정도로 멀고 시원한 시야.
시원한 바람, 멈춤 없이 경쾌하게 움직이는 파도.
옅은 하늘색부터 진한 남색까지 보여주는 바다의 색깔.
하늘도 바다의 영향인지 더 맑고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바다에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저 당찬 파도에 내 속상함이 쓸려가길.
저 바다의 바람이 내 속상한 마음 들을 수 있는 이에게 전달해 주길.
저 거친 파도 소리가 내 불편한 마음의 소리까지 덮어주길.
이러면 나도 모르게 그냥 흘려보낸 것 같다.
내 고민, 걱정, 슬픔, 아픔 모두.
나만의 대나무 숲은 언제나 나만 빼고 시원하고 상쾌하고 경쾌한 듯 보여 샘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 한참 동화되어 있으면 나 역시 그렇게 되는 느낌이랄까.
가끔 동해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 같다.
그리고 다 털고 나온 홀가분한 기분으로 주변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다는 것.
그걸로 나의 고민과 해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래서 나의 대나무 숲은 동해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