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맑은데, 마음은 흐린날

by 유선호


요즘 날씨가 조금씩 풀리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날씨와 기분은 정말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이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 연구에서

날씨와 감정은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기온이 따뜻할수록 긍정적인 감정과 사회적 행동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햇빛이 풍부한 날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고 한다.


반대로, 일조량이 줄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른바 계절성 우울증 같은 현상도

날씨가 기분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나는 왜 반대로

날씨가 좋아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을까.

이건 날씨와는 무관한 걸까?

아니면, 계절성 우울감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걸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체적인 경향'일 뿐이다.


사람의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결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화창한 날이 에너지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비 오는 날이 마음을 정리해주는 시간이 된다.

햇살이 위로인 사람도 있고,

비소리가 위로인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이 더 좋다.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

차분한 분위기,

세상이 조금 낮아진 듯한 그 조용함


밖에 있어도 안에 있어도 비가오면 기분이 좋다.


그 모든 것이

내 안의 말 없는 생각들을 천천히 꺼내주고,

마음의 소리를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리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맑은 날이

또 누군가에게는 흐린 날이

마음과 닮은 날씨일 수 있다.


기분이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

그저 고요해지는 날.

그런 날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것.

그게, 생각보다 큰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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