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꺾는 일에 대하여

시든 꽃이 된 나에게

by charming

누가 나를 밟았다고 말하면

그건 너무 쉬운 결론이다.

사실은, 내가 나를 꺾었다.

내가 내 가지를 꺾고,

내가 내 꽃봉오리를 밟았다.


자라지 말라고.

더 이상 뻗지 말라고.

피우지 말라고.

이 자리에, 그냥 그렇게 있으라고.


나는 나를 시들게 할 수도

나는 나를 꽃피우게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나를 시들게 하는 쪽을 선택했다.

선택했다기보다는, 그렇게 몰렸다.

그 공간 안에서, 나는 내 줄기를 부러뜨리며 살았다.


말라가는 마음을 알면서도,

지쳐가는 나를 알면서도,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나는 매일 출근했다.

나를 짓누르는 이름표와 책임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부서져갔다.


일이라는 이름 아래

사명이라는 명분 아래

나는 자꾸만 나를 잃어갔다.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나는 나를 내버려 뒀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나는 시든 채로 회사에 머물렀고

뒤를 돌아봤을 땐 나는 이미 시든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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