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로는 괜찮아지지 않는 길
병실 복도에서 쉬고 있으면
“봉사자야, 나가자!” 하는 호출 소리가 들린다.
나를 부르는 걸 알지만,
고개를 빼꼼 내밀고 “누구 봉사자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에잇” 하시면서도
그제야 내 이름을 불러주신다.
그럼 나는 또 헤헤 거리며 이미 가져온 휠체어를
침대 옆에 놔두며 갑시다! 라 외친다.
병실에서 내려와 중앙공원을 걷는다.
햇살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바람에 나무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린다.
그 고요한 길 위에서,
“저기, 나 있었당께?” 하며 손을 들어 가리키신다.
그 손끝은 감시실을 향하고 있었다.
순간, 동공지진과 함께 속으로 놀랐지만
놀란 기색을 보이면 안 된다.
그 순간 내 두뇌는 풀가동된다.
빨리 분위기 전환용 대화를 도출하라.
질문이든, 농담이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 공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휠체어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
“괘안타~” 하며 천천히 가라고 하신다.
하지만 이게 어디 괜찮다고 될 일인가.
그 후로 나는 절대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유턴을 하고 말지.
섬에는 수많은 길이 있지만,
그 길만은 내 지도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한 번씩 그 장면이 떠올라서,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