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2화] 그 길은 가지 않는다

괜찮다는 말로는 괜찮아지지 않는 길

by charming


병실 복도에서 쉬고 있으면

“봉사자야, 나가자!” 하는 호출 소리가 들린다.

나를 부르는 걸 알지만,

고개를 빼꼼 내밀고 “누구 봉사자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에잇” 하시면서도

그제야 내 이름을 불러주신다.

그럼 나는 또 헤헤 거리며 이미 가져온 휠체어를

침대 옆에 놔두며 갑시다! 라 외친다.


병실에서 내려와 중앙공원을 걷는다.

햇살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바람에 나무 그림자가 천천히 흔들린다.

그 고요한 길 위에서,

“저기, 나 있었당께?” 하며 손을 들어 가리키신다.

그 손끝은 감시실을 향하고 있었다.


순간, 동공지진과 함께 속으로 놀랐지만

놀란 기색을 보이면 안 된다.


그 순간 내 두뇌는 풀가동된다.

빨리 분위기 전환용 대화를 도출하라.

질문이든, 농담이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 공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휠체어 속도를 조금 더 올리면,

“괘안타~” 하며 천천히 가라고 하신다.

하지만 이게 어디 괜찮다고 될 일인가.


그 후로 나는 절대 그 길로 가지 않는다.

유턴을 하고 말지.

섬에는 수많은 길이 있지만,

그 길만은 내 지도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한 번씩 그 장면이 떠올라서,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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