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크리스찬의 무소유

by 챠밍맘Charming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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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무소유(無所有)'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에 더 가깝다고 한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데서 오는 집착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 다시 말해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태도'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크리스찬이지만, 삶의 모습에서는 불교의 무소유를 실천하신 것처럼 느껴졌다. 두 분 모두 물건이나 돈에 대해 큰 욕심을 내신 적이 없다. 부모님 세대 어른에게 흔한 "자가를 꼭 마련해야 돼!"라는 압박도 없었고, "좋은 차를 타고 싶다", "이 물건을 갖고 싶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셨다. 그 덕분에 딸인 내게는 '부모님 생신선물 사기'가 늘 최대 난제였다. 부모님은 항상 필요한 것도 없으셨고, 바라는 것도 없으셨기에 나 혼자 열심히 생각해서 선물을 준비해야했다. 용돈을 드리면 참 쉽겠지만, 용돈을 드리면 다음 날 내 통장으로 다시 입금이 되어 있었기에, 부모님께 선물하기가 정말 정말 어려웠다.




좋은 차, 좋은 집이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부모님은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으셨고,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돈을 악착같이 모아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유년시절 정말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녔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돈이나 어떤 물질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많이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투자열풍', '자산 불리기'가 당연시되는 요즘 시대에 이런 삶의 태도는 어쩌면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 같다. 부모님과 같은 삶을 산다면 행복하겠지만, 발전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딸인 나는 부모님만큼 욕심 없는 삶, 기꺼이 베푸는 삶을 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부모님께 무엇이 필요하시냐 물으면 돌아오는 '필요한 것 하나 없다'는 대답은, 사실 이미 모든 것을 마음속에 채우셨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의 나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느라 여전히 무언가를 쥐려 애쓰며 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부모님의 심어주신 잘 나누는 삶, 채우기보다 비울 줄 아는 지혜를 간직하고 싶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가끔은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곁에 있는 행복을 돌아볼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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