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있더라, 여행의 이유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까, 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조금 깊게 생각해봤다.
나의 여행의 이유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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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작가의 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
작가는 여행에서 인생을 보았고, 인생을 배웠고, 인생을 찾았다.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그는 그랬다.
술술 읽히는 문체로 쓰인 그의 수많은 여행을 부러워하며 책을 읽고 나니 자꾸 나의 여행들이 생각났다.
그의 말을 조금 빌려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지나간 나의 아쉬움 남는 여행의 이야기들이 딸려왔다.
실타래처럼 그때의 기억과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르더라.
생각해보니 나는 여행을 준비하며 설레는 그 순간을 좋아하고, 짐을 싸는 것도 좋아하고, 공항의 냄새도 좋아하고, 여권에 찍히는 도장도 좋아한다. 또 낯선 곳에 덩그러니 떨어진 그때의 막막한 기분도 조금만 지나면 좋더라. 현지인들의 여러 가지 환대도 좋고, 호텔은 당연히 좋지. 호텔 가운과 슬리퍼도 나는 그렇게 좋더라. 새로운 교통편을 타보는 것도, 낯선 길을 많이 걷는 것도, 배가 고파 들어간 작은 가게에서 별이 반짝일 정도로 세상 맛있었던 그 음식들도 좋다. 비행기의 낮은 조도에 읽는 여행책도 좋고, 비행기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영화도 재밌더라. 비가 와도 좋고 추워도 좋고 더워도 좋다.
지나고 나면 여행은 그냥 다 좋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왜 여행을 할까?
그때부터 월요일 새벽 2시까지 고민해본 결과, 나의 여행의 이유는 '의미'이다.
넉넉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한 나는 작은 선택의 실패가 싫었다. 그래서 현재 나의 가장 최선을 찾고 그것에 만족하며 행복함을 느끼려고 해왔다. 그러다 보니 짧은 여행에도 의미가 있어야 했고, 그 의미가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했다. 수많은 의미부여를 하며 살아온 셈이다. 두려움도 많고 걱정도 많은 쫄보의 인생은 그렇게 수많은 의미와 작은 행복이 가득해졌다.
얼마 전 큰 아이가 슬쩍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우리 초6 여행을 가는 건 어때요? 나는 엄마랑 갔던 일곱 살 여행이 너무 좋았거든요. 엄마가 동생 일곱 살 여행으로 제주 갔을 때 그건 또 얼마나 부러웠는데. 중학교 가기 전에 초6 여행 가면 안 돼요?"
그냥 떠나면 될 일을 꼭 이유를 만들고 그것에 대한 생각까지 정리하고야 마는 복잡한 엄마라서, 아이는 또 그런 엄마의 무수히 많은 생각을 닮아서 우리는 삶에 이렇게 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매일 똑같은 날인데 왜 굳이 명절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다들 모이는지 아느냐고 물었던 김정운 교수의 책이 생각난다. 명절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재밌게 살자는 선조들의 지혜라고 했던 유쾌한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건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나에게 셀프 토닥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 자체가 의미이다. 모두의 인생이 다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매주 월요일 새벽, 생각나는 끄적임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어떤 글이 어떻게 쓰일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주제를 미리 정하고 연재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네요. 다만 어떤 주제이던 제 삶의 축이 되어준 아이들의 한 마디를 함께 전하려고요.
일단 해볼게요. 미래의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