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멈춰서 숨 고르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크리스마스도 그냥 흘려보내봐.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간다는 건,
나에게 맞는 속도로 하루를 보내겠다는 말이에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괜히 마음이 먼저 바빠져요.
아무 일도 없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고,
적어도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 하나쯤은 남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가끔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크리스마스도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어릴 때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려보면
사실 엄청난 큰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거실 한쪽에서 깜빡거리던 작은 전구,
창문에 맺힌 김 위로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손가락으로 하트 하나를 그리던 순간,
괜히 들뜬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잠들지 못했던 밤.
그때의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날의 공기’가 더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크리스마스가 점점 할 일 목록이 돼요.
약속을 정하고, 선물을 고민하고,
SNS에 올릴 사진도 은근히 신경 쓰게 돼요.
그러다 보면
정작 그날의 온도나 소리는
놓쳐버리기 쉬워요.
그래서 저는 요즘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가 보는 쪽을 선택해요.
퇴근길에 불이 켜진 상점들을 가만히 보고,
저녁에 먹을 작은 케이크 하나를 고르고,
집에 와서 코트를 벗으며
“아, 오늘 크리스마스였지”
하고 뒤늦게 떠올리는 정도.
그게 전부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보내는 크리스마스가
쓸쓸하거나 외롭게 느껴지지 않아요.
길거리 카페에서는 캐럴이 흐르고,
누군가는 웃으면서,
누군가는 평소처럼 하루를 마무리해요.
그 모든 장면 속에서
나만 빠져 있는 느낌이 아니라,
그저 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요.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괜히 설레지 않아도 괜찮은 날.
크리스마스를 그냥 지나간다는 건
외면한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에 억지로 끼어들지 않겠다는 선택에 더 가까워요.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로,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온도로
하루를 보내는 거예요.
혹시 이번 크리스마스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고
그냥 하루를 흘려보내도 괜찮아요.
저녁이 오고, 불이 켜지고…
그래도 불안하다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는 기도를 드려요. 그렇게 하루가 끝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늘을 잘 보낸 거예요.
“특별한 날이어서 의미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지나가서 오래 남는 날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