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비 오는 날을 기다려봐

part2. 사소한 위로를 발견하기

by 차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비 오는 날을 기다려봐



“세상의 속도가 당신의 보폭보다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때,

하늘이 보내는 정지 신호를 기다려 보세요.”



비가 오는 날은 세상이 잠깐 숨을 고르는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빠르게만 굴러가던 시간들이

“잠시만요”하고 멈춰 서는 기분이랄까요.


비가 내리면 세상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해요.

아침부터 창문 위로 빗방울이 또르르 길을 내고,

길가의 나무들은 잎사귀마다 작은 보석 같은 물방울을 달고 있죠.


편의점 앞 파란 차양 아래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르는 사람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해 비닐봉지를 머리에 얹고 비를 피해 걸어가는 사람들,

김 서린 유리창 위에 작은 하트를 그리는 사람들...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이상하게도

사람을 순하게 만들어요.


아마 세상이 잠시 같은 속도로

숨을 쉬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날은 신호등 불빛조차 평소보다

부드럽게 번져요.

빨강도 초록도 모두 흐릿하게 물들어서,

세상이 잠시 수채화 속에 푹 잠긴 것처럼 보이죠.

차가 물웅덩이를 지나며 만드는 작은 파도 소리는

마음 한편을 다정하게 간질이기도 하죠.


비가 우리 마음을 조금은 눅눅하게 만들지 몰라도,

그만큼 우리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아요.


비 오는 날에는 해야 할 일을 잠시 잊어도 괜찮아요.

전해야 할 말을 잠시 미뤄도 괜찮고요.


비가 내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날은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선물한 공식적인 쉬는 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누군가는 비를 피해 서 있는 편의점 앞에서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치고,

누군가는 버스 창가에 기대 음악을 들으며 비 내리는 풍경을 눈에 담겠죠.


비 내리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잠시나마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요.

이상하게 그런 날에는 모든 게

조금은 괜찮아 보여요.

비에 젖은 옷소매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도,

묘하게 가라앉은 마음까지도요.


비가 그치면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가겠죠?

물 웅덩이는 금세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바쁜 걸음을 재촉할 거예요.


하지만 비가 내리던 그 한낮의 느린 공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잠시 같은 처마 밑에 머물던 그 순간은 분명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가끔, 비 오는 날을 기다려요.


그러니 당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비 오는 날을 기다려 보세요.


세상도, 당신의 마음도, 함께 천천히 젖어드는

다정한 하루를 만나게 될 거예요.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 대신,

빗소리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사치를 누려 보길.

오늘 당신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일 거예요.”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