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사소한 위로를 발견하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가봐.
단맛은 혀끝에서 시작되지만,
기분은 온몸으로 퍼져요.
날씨가 너무 추워 꽁꽁 둘러맨 목도리에
움직임이 둔해지는 계절.
추운 날씨를 탓하며 더 게을러지기 쉬운 계절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는 딱히 우울하지도 않은데,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겠는 날들이 반복되더라고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건 알겠지만 도대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휴대폰엔 읽지 않은 메시지가 가득 쌓여 있는데도,
정작 뭐 하나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그럴 때면 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곤 해요.
물도 있고, 반찬도 있고, 냉장고 속은 가득한데
뭘 딱히 먹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냉장고 문을 닫고 나면,
이렇게 중얼거리게 돼요.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은데...”
편의점은 요즘 제 피난처예요.
그 안에는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단순한 행복이 누워 있어요.
바로 냉동고 속 아이스크림.
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냉기가 얼굴을 스치고, 포장지들이 반짝거려요.
쌍쌍바, 월드콘, 수박바, 누가바, 붕어싸만코, 멜론바, 딸기바, 찹쌀떡아이스크림...
이름 하나하나가 어린 시절의 방학처럼
정겹게만 느껴져요.
한참을 고민하고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아무거나 집어 들죠.
어차피 다 맛있잖아요.
그게 인생의 진리이기도 하죠.
우왕 하고 아이스크림을 한 움큼 물어요.
혀끝에 닿는 그 차가운 단맛에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점령하던 고민들이 녹아내려요.
회의 자료, 대출금, 인간관계, 내일 점심 메뉴까지도 말이에요.
그 모든 게 잠깐일지라도 사라져요.
그러다 두 입, 세 입..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스크림이 슬쩍 녹아 손가락 사이로 흐르죠.
결국 휴지를 찾고, 녹은 자국을 닦고,
끈적이는 손을 닦느라 물티슈를 꺼내고,
그 와중에 흐르는 아이스크림이 아까워 한입 더 입에 물고 나면 달콤함이 입안에 퍼져나 짜증은 어느새 없어지고 어느새 웃음이 피식 나와요.
‘아, 또 이러네.’
항상 그래요.
인생은 녹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예요.
조금만 방심하면 녹아내리고,
닦아내면 다시 달콤해지고.
완벽하게 먹을 순 없지만,
달콤함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되는 것.
딱히 완벽할 필요도, 깔끔할 이유도 없어요.
조금 묻으면 어때요. 그게 사는 맛이죠.
얼마 전엔 바닐라콘을 먹다가
한 줄기 하얀 바닐라가 셔츠로 떨어졌어요.
친구가 그걸 보고 웃으면서
“오늘 단 것 좀 했나 봐요?” 하더라고요.
그 말 한마디가 그날 제 하루의 단맛이 된 것처럼 깔깔 웃고 말았어요.
그날 깨달았어요.
하루를 살 만하게 만드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들이다.
누군가의 한마디,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한입,
그리고 그걸 닦으며 흘린 웃음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셔츠에는 여전히 아이스크림 자국이 남아있지만
기분이 꽤 괜찮았어요.
문득, ‘오늘도 나름 괜찮은 하루였네’ 싶더라고요.
사람은 이상하게,
큰 위로보다 작은 달콤함에서 다시 살아나요.
밥 한 그릇보다 달콤한 콘 하나가
더 단단한 위로가 되는 날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답답하거나, 이유 없이 지칠 때마다
그냥 밖으로 나가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냉동고 앞에 서서, 오늘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면 돼요.
그게 초코든, 바닐라든, 민트든.
그 한 입이 입안에서 녹는 동안,
세상도 잠깐 멈추고,
생각도 잠깐 조용해지니까요.
그러니 오늘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가보세요.
오늘의 피로는 바닐라맛으로 덮으면 돼요.
오늘 하루,
우리 모두 녹지 말고 달콤하게 버텨요!
“어른이 된다는 건, 고급 위로보다
값싼 행복을 더 잘 찾게 되는 일인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