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두 가지 요소
얼마 전에 집 앞의 고깃집을 갔다. 그 고깃집은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곳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조금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왔다. 고기 한점 한 점을 본인이 먹을 고기처럼 열심히 굽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여기는 모든 직원이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시나요?" 직원은 "가맹점 가게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비록 자신의 가게는 아니지만 곧 주인이 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가게를 연다고 하는데 왜 서울에서 이렇게 열심히 할까? 사뭇 대단하게 느꼈다. 집에 오는 길에 가족들 모두 그의 서비스 정신에 감동하고 앞으로 그 고깃집에 계속 가야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이런 음식점을 발견한다. 가격, 맛, 친절함에 감동한다. 이런 감동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심어주고 다시금 고객이 방문하게 만든다. 그럼 인터넷, 모바일이라는 공간에서의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까? 온라인 공간에서 서비스를 통한 좋은 경험이란 어떤 느낌인가? 몇 년 전 SERI에서 본 서비스의 목적이라는 자료에서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결국 유용함과 재미라고 했다. 오래된 자료지만 나는 아직도 서비스의 목적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지불한 재화 < 서비스가 주는 가치'
유용(有用)의 사전적 의미는 '쓸모가 있다'이다. 이 말을 언제 쓰는지 몇 가지를 떠올려보자.
우리 집 체중계는 다이어트를 하는 날 위해 쓸모가 있다.
마트에서 가져온 과자 상자는 택배 반품을 하는데 쓸모가 있다.
유용하다는 것은 무엇에 대한 사용자 경험의 결과이다. 사용하지 않고서는 유용함을 느낄 수 없다. 그렇다면 유용하다는 것을 단순히 쓸모 있게 느껴지는 감정에 빗대어 단순하게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유용함의 본질은 한자가 아닌 영어에 있다.
유용함을 영어로는 useful, helpful, valuable이다. 나는 여기서 valuable에 주목했다.
가치가 있는 것. 사용자에게 가치를 주기 위해서 단순히 필요한 기능들을 쭉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서비스는 메뉴가 많은 자판기일 뿐이다. (자판기를 사용하면서 가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고객에게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고객이 지불한 재화(돈, 시간) 이상의 만족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비스의 사용료를 설계하면서 '만드는데 이 정도 시간이 들었으니 이 금액은 받아야 한다.'며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정한다.
그러나 고객이 과연 이 내용을 알고 있을까?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재화의 가치보다 서비스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생각할 것이다.
만약 서비스가 가격에 비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면 고객은 실망할 것이다. 가격에 비해서 더 큰 가치를 느낀다면 고객은 감동할 것이다. 결국 유용함이란 고객이 사용한 재화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서비스에 펀(Fun)이 없으면 뻔한 서비스가 된다.'
대부분의 기획자가 서비스를 만들면서 재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성능, 디자인, 기능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재미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게임 서비스가 아닌데 재미가 있어야 하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재미는 단순히 게임을 할 때 느끼는 쾌락이 아니다. 서비스의 재미는 바로 위트와 센스를 의미한다.
'서비스가 위트와 센스를 갖춘다.' 어떻게 보면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우리 주변에 위트와 센스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우리 주변의 위트 있는 사람과 센스쟁이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1. 리액션이 좋다.
별거 아닌 에피소드에도 크게 반응하고 작은 고마움에도 감사하다고 표현한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에도 많은 제스처와 듣고 있는 사람과 아이컨택을 하고 그 사람의 표정에 반응한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면 정말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 너무 많다.)
2. 관찰력이 뛰어나다.
"ㅇㅇ씨 머리 잘랐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머리 자르고 온 것을 모른다. 그러나 꼭 어떤 사람은 나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한다. 나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에게 나도 관심이 끌린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위트와 센스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면 아래 두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1. 인터랙션(Interaction)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상호작용)은 사용자가 내가 그 서비스를 정말 사용하고 있다고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자판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행동한 것들을 알려주고 이에 반응해야 한다. 단순 프로그레스 바(로딩바), 알림 팝업, 클릭 이벤트는 당연하다. 사용자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인터랙션을 제공해야 한다.
2. 사용자의 상태(Status) 관찰
우리의 서비스에는 사람과 같은 눈과 귀가 없다.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탈하는지 우리 서비스가 직접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비스에 사용자를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Google Analytics 분석, Server Log 수집, Web Traffic 등을 통해 사용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사용자가 사용한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제공(개선)하고 또 알맞은 가이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용성에 따른 지표를 분석하고 활성(Active User) 사용자의 패턴에 따른 활용 Tip,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한다.
서비스의 재미란 펀(Fun)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그 서비스가 또 생각날 것이고 다시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