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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재 Feb 21. 2018

스타트업 경영수업

값비싼 경영의 추억

갑작스러운 대표이사의 지방 파견으로 회사를 6개월간 운영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CSO(최고 전략 책임자)로써 사업전략과 솔루션의 세일즈를 총괄하였지만 경영은 처음 접해보는 낯선 과제였다. 지난 6개월간의 기억을 돌이켜보며, 최근 읽은 권도균 대표님의 '스타트업 경영수업'의 이론으로 이론과 현실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되돌아본다.


1. 기업가 정신과 창업가 자질


나는 본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렵게 여기는 편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은 도전하고, 인내하고, 해결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DNA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영은 이런 관념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책에서는 기업가 정신의 네 가지 특징을 이야기했다. 불안한 미래에서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주의,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성, 눈 내리는 것도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임감, 마지막으로 경제적 성과를 내는 결과 중심적 사고이다.


주도성, 책임감, 결과 중심적 사고에 대해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낙관주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문제를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다듬어 나가는 게 내가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비판적인 사고는 그다지 도움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비판적인 사고의 결론을 도출하려면 실행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또 계획이 수정될 때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불안하고 초조했다. 낙관주의는 빠른 결정을 내리고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한 후에는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배팅을 하는 것이다.


생각했는가? 생각대로 바로 실행했는가? 한두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말과 생각 그리고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가? 실행력은 스타트업의 생명이다.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자전거는 나아가지 않고 넘어지는 것과 같이 실행력 없는 스타트업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을 관리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느꼈다. 대부분 회사에서 업무 커뮤니케이션에 보고서를 활용한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고 관련 문서 작업을 모두 없앴다.


2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팀원들의 업무를 보니 소수의 팀원을 제외하고 목표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또한 내가 구두로 결정한 사항들을 대부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보고서를 없애니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만 없어진 게 아니라 일의 고민 자체가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스타트업을 경영할 때 보고서를 없애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최소한 "무엇을 왜 하고 목표가 무엇인지?"(What Why Goal)는 보고 받아야 한다. 팀원들과 많은 시간을 통해 Why와 Goal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이후부터는 What만 간단히 보고받으면 된다.


기업가 정신은 관념이 아니라 행동을 유발시키는 가치관에 뿌리를 둔다.


2.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팀원들과 어떤 기능의 아이디어 회의를 며칠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다.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회의에 참석할수록 회의는 길어졌다.


제품 개발을 이끌면서 나는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고객으로부터 많은 요구사항을 받았다. 이러한 기능 목록을 List-Up 하였고 실행할 준비를 하였다. 물론 몇몇 기능은 고객에게 청사진을 기획서로 선 제안하였다. 고객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나의 기획서를 보고 기대감에 계약을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이 기능은 제공되지 않았다. 30% 정도 실행하고 버려지는 장표와 기획서를 만드는데 며칠을 소모한 것이다.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출발점으로서 아이디어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허공에 그린 상상도와 실험실의 시제품에 머물러서 더 이상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본다. 우주조차 정복할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치창조에 도움을 주지만 말보다 행동이, 행동보다 결과가 신뢰를 만든다. 실천이 있기 전까지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를 5단계로 나눴다. 1단계 재미와 흥미, 2단계 있으면 좋은 것, 3단계 필요한 것, 4단계 없으면 안 되는 것, 5단계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위 가치의 단계로 측정해보니 대부분 1, 2 단계에 해당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기능을 제공할 때 4단계 5단계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해당되는 것을 빨리 찾아서 실행하다 보면 서비스는 결국 없으면 안 되는 서비스, 없으면 고통스러운 서비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직원이 아닌 협력자를 구하라.


경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채용이었다. 면접을 진행해보면 조금 아쉬운데 상황이 급해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후회했다. 책에서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문제에 대해 항상 솔루션을 찾아오지만 누군가는 항상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또 스스로 끊임없이 동기 부여하고 성장하는 팀원도 있는 반면에 행동은 하지 않고 남만 탓하는 팀원이 있다. 에어비엔비 창업자 브라이언 채스키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힘든 일은 상대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며 시도하는 것들 때문에 발생한다.


6개월간 팀원들이 최대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팀원들에게 자율적인 업무환경을 부여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모든 팀원이 그렇다고 했다. 팀원들 스스로 프로라 자부했고 프로처럼 일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몇몇 팀원들은 정말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데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원들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그저 자유를 누리는 데 사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근태와 같이 기본적인 규칙들도 지켜지지 않고 업무 체계가 흔들렸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포탄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대포가 없다며 팀을 이탈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가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첫 엔지니어를 뽑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을 썼는지 묻곤 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첫 엔지니어를 조직에 들이는 일은 DNA칩을 회사에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우리가 성공적으로 첫 엔지니어를 채용했다고 가정하면 미래에 딱 이 사람과 똑같은 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 회사에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멤버들에게 일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 또한 경영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회사의 비전을 아주 쉽게 정의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사람들로 하여금 14일 이내에 10명의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라는 핵심 목표를 갖고 있었다. 초기에 우리는 뚜렷한 비전과 목표가 없었다. 나는 우선 서비스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핵심 지표(KPI)를 만들었다. 모든 팀원이 핵심지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지표에 따라 개인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목표가 주어지자 일하는 목적이 없다며 갈증을 호소하던 팀원들이 사라졌다. 명확한 목표를 이해하고 업무지시에 대한 오해가 줄어들었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는 팀원들을 하나로 만들고 한 목소리를 내는 OTOV(One Team One Voice)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4. 고객의 관점으로 사업을 정의하라.


사업을 하다 보면 방향과 전략을 정하기 위해서 고민하게 된다. 내부 팀원들과 많은 생각을 논의하고 사업의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책에서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우리 사업이 어떤 의미인지 정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는 기존 고객 신규 고객 가리지 않고 하루에 1회 이상 고객을 만난다. 고객들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것에서 문제를 느끼고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또 우리의 제품이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데 어떤 가치를 주는지도 직접 들을 수 있다. 


조안 마그레타는 이것을 제조업적 사고방식과 마케팅적 사고방식으로 구분했다. 제조업자적 사고방식이 회사 내부에 초점이 맞춰 우리가 무엇을 만들 것이냐 또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더 많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라면 마케팅적 사고방식은 고객들의 눈으로 바깥에서 안을 보고 고객이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 번은 불법단체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 있다. 정식 계약을 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사용료는 물론 기존 가격보다 더 지불하겠다고 했다. 나는 듣자마자 No 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수긍하지 않았다. '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인 아니모리 가즈오는 <카르마 경영>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다. 그것은 비즈니스 목적 그 자체다.


결국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만족시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업의 목적이다. 물론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또 매출도 당연히 많으면 좋다. 하지만 사업의 목적 자체가 돈 버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그것 자체를 목적이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첫 사업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결국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 많은 창업가들이 수많은 실패 끝에 결국 성공했다. 책에서 '사업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계속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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